<?xml version="1.0" encoding="utf-8"?><?xml-stylesheet href="http://blog.aladdin.co.kr/blog/rss/rssUserXSL.aspx" type="text/xsl" media="screen"?><rss version="2.0"><channel><title>알라딘 연재소설님의 서재 (알라딘연재소설 서재) &gt; 연재소설</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category/21478007</link><language>ko-kr</language><description>신경숙 새 연재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가 연재됩니다.</description><copyright /><generator>Aladdin RSS(Alss) v0.9</generator><lastBuildDate>Tue, 09 Feb 2010 22:48:37 +0900</lastBuildDate><image><title>알라딘연재소설</title><url>http://image.aladdin.co.kr/Community/myface/pt_719400186469983.jpg</url><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category/21478007</link><width>100</width><height>100</height><description>알라딘연재소설</description></image><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23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75922</link><pubDate>Fri, 18 Dec 2009 10: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75922</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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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제123회
            &#160;
            
        
        
            
            &#160;&#160; 천오백 년 전에 황무지에 새겨진 거미를 내려다보는 시간이 내게 주어질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거미를 내려다보고 있는 동안 오래 전 한밤중에 해드렌턴을 쓰고 나와 함께 엄마 묘소로 가던 단이가 들려주던 거미 이야기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떠올랐다. 그토록 거미를 두려워하면서도 나를 끝까지 엄마 묘소로 데려갔던 단이. 그 먼 곳에서, 여덟 시간을 날아간 로스앤젤레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도 스물몇 시간을 더 날아가 닿게 된 안데스 산맥 나스카 평원의 거미 도형 앞에서 단이는 내 곁에 서 있는 듯이 되살아났다. 그 순간 얼음판처럼 차갑고 불빛 없이 어두웠던 내 마음 한켠이 쩡, 하고 갈라지고 새벽에나 뜨는 별빛 한 줄기가 빠른 속도로 그곳을 비추는 것 같았다. 온화한 느낌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나스카 평원을 내려다보며 단아, 라고 불러보았다. 황무지에 새겨진 천오백 년 전의 거미를 단이가 무서워하지 않고 받아들이길 바랐다. 두.려.워.하.지.마. 혼잣말을 했다. 너.를.잊.지.않.을게, 라고도. 그때 나는 나 자신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잊지 않는 한 내가 보는 것, 내가 느끼는 것은 단이의 것이기도 할 것이다. 미루의 것이기도. 그들의 못 다한 시간을 내가 함께 살고 있는 것이기도.&#160;&#160; <br />
            <br />
            &#160;&#160; 그의 노트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읽는 사이 책상 위로 새벽빛이 스며들었다. 에밀리가 겨우 힘을 내 책상 위로 올라오더니 노트를 읽고 있는 내 쪽을 향해 얼굴을 두고 몸을 웅크렸다. 걱정 마, 에밀리……무엇을 걱정 말라는 것인지 분명치 않은 말을 에밀리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에밀리가 나를 물끄러미 보더니 책상 위에 물처럼 퍼졌다.&#160; <br />
            <br />
            &#160;<br />
            &#160;&#160; 그 없이 나 혼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받아들이면서 나는 이제 그와 분리되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러기도 했을 것이다. 이 노트를 봉인하고 다시 열어보지 않았던 시간은 그와 만나지 못했던 팔 년이란 시간과 엇비슷하다. 봉인을 뜯고 다시 읽은 그의 노트의 모든 말들은 새로 읽혔다. 봉인시켜놓을 때까지 셀 수 없이 읽고 또 읽어 다 외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처음 읽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장까지 다 읽고 덮으려다가 나는 노트를 감싸놓은 검은 커버를 벗겨냈다. 그의 노트를 봉인할 때 지금과 같이 커버를 벗겨내던 순간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거기에 언젠가 시위가 있던 거리의 서점에서 그와 함께 선 채로 읽었던&#160; 프랑시스 잠의 얇은 시집과 단이가 내게 보낸 편지와 내가 뒤늦게 쓴 부칠 곳 없던 답장을 넣어두었다. 커버 안에 시집과 편지 들이 고스란히 눌려 있었다. 시집을 꺼내고 편지를 바르게 편 뒤 노트 사이에 끼우다가 나는 잠시 막막하게 앉아 있었다. 윤교수 연구실의, 서른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저자들의 책 사이에 꽂아두었던 미루의 노트는 그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오래 전 그 추웠던 날, 윤교수의 책꽂이에 함께 꽂아두었던 미루의 노트를 며칠 후 그가 혼자 가서 꺼내왔다고 했다. 윤교수가 임종했다는 말을 듣고 혼자 병실의 긴 복도를 걸어나와 병원의 후미진 벽에 기대어 서 있었을 때 그가 다가와 내 옆에 말없이 오래 서 있다가 갑자기 한 말이었다. 그는 무슨 말을 더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내 표정이 굳어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도 자주 그 노트를 들여다보았겠구나. 견딜 수 없어 봉인시켜두었던 날들도 있었겠지. 이렇게 다시 펼쳐보곤 했던 날들도. 단이가 용케도 부대로 가지고 들어갔다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은 지금쯤 누가 가지고 있는지. 이미 이 세상의 책이 아닌지도 모른다. 나는 그의 노트를 다시 커버에 끼우려다가 노트의 맨 뒷면을 돌려보았다. 거기에 무슨 문장이 씌어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 문장 앞에서 등을 바로 세우고 앉았다. 언.젠.가.언.젠.가.는…… 정.윤.과.함.께.늙.고.싶.다. 그의 글씨였다. 여기에 이런 문장이 씌어 있었던가. 그러니까 이 문장은 지난 팔 년 동안 여기에 봉인되어 있었던가.&#160; <br />
            <br />
            &#160;&#160; 내가 그에게 페루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온다면 분명히 티티카카 호수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니까. 오래오래 걷고 싶은 곳이니까. 안데스 산맥의 기슭에는 나스카 평원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호수 안에 국경까지 존재하는 길고도 넓은 티티카카 호수도 거기 있었다. 티티카카 호수는 이 지상에서 하늘과 가장 가까운 물이다. 그 호수 안에 살고 있는 우노 족에 대한 이야기를 그에게 하는 시간이 올까. 그들은 물 위에서 살았다. 해마다 자라나는 갈대를 베어 물속에 쌓고 쌓아 섬을 만들고 그 위에서 살았다. 바람이 불어 호수 안의 갈대로 이루어진 섬이 흔들리는 밤이면 그들은 앉은 채로 서로 등을 기대고 잔다.&#160;어쩌면 어젯밤도 그들은 그렇게 잤을지도.&#160;&#160; <br />
            <br />
            &#160;&#160; 나는 노트를 커버에 끼우려다 내려놓고 아침빛이 책상 위로 번져들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에밀리가 슬며시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노쇠했어도 여전히 눈은 푸르렀다. 걱정 마, 에밀리…… 중얼거리며 나는 만년필에 잉크를 채우고 팔 년 만에 발견한 그가 쓴 문 장 뒤에 한 문장을 이어 써넣었다.&#160;&#160;
            &#160;&#160; 내.가.그.쪽.으.로.갈.게, 라고.&#160;<br />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끝-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22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73767</link><pubDate>Thu, 17 Dec 2009 11:0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73767</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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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제122회
            &#160;
            
        
        
            
            &#160;&#160; 최소한의 움직임도 힘겨워할 만큼 노쇠한 에밀리의 배에 종양이 생겨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판정을 받은 다음날이었을 것이다. 나는 새벽에 희미한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깨었다. 정신이 들자 희미하게 들리던 전화벨 소리가 귀를 뚫을 듯이 크게 들렸다. 손을 뻗어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대자 낯선 청년이 거기가 정민이네 집이냐고 물었다. 아닌데요, 대답하자 갑자기 청년은 제발 정민이를 바꿔달라며 흐느껴 울었다. 수화기를 전화기 옆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잠시 후에 다시 들어보니 청년은 계속 울고 있었다. 사이드테이블에서 옹송그린 채 잠이 들어 있던 에밀리가 깨어나 느릿느릿 배 위로 올라와 납작 엎드렸다. 이제 에밀리는&#160; 그루밍을 하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에밀리가 수술을 견뎌낼 수 있을까요? 묻자 수의사는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힘든 수술이라고만 했다. 남자의 울음이 그친 것인지 저절로 전화가 끊긴 것인지 모른다. 수화기에서 뚜뚜― 소리가 날 때까지 에밀리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있다가 수화기를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날 그렇게 깬 잠이 다시 들지 않아 책상 앞에 앉아 있다가 책상 맨 아랫서랍을 열어보았다. 옥편이며 봉투며 프린트물들을 꺼내고 맨 밑의 그의 노트가 들어 있는 상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그와 함께하지 않아도 괜찮아지기 시작하면서 거기 넣어 봉인해두었던 상자였다. 나는 상자를 꺼내 열고 노트를 펼쳐보았다.&#160;&#160;&#160;&#160;&#160;&#160;&#160; <br />
            &#160;<br />
            &#160;&#160;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160; 터져나오던 자책들. 그때는 헤아릴 수 없었던 마음과 이해가 불가능했던 일들이…… 그렇게 순하게 다가올 줄이야.&#160;&#160;&#160; <br />
            <br />
            &#160;&#160; 그가 오래 전에 쓴 글을 읽고 있자니 언젠가 그에게 페루에 간 적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태평양 연안과 안데스 산맥 기슭의 황량한 나스카 평원에 간 적이 있다고. 거기엔 우리들 사람의 눈높이로는 볼 수 없고 하늘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림들이 황무지에 새겨져 있었다고. 천오백 년 전에 나스카 인디언들이 새겨놓은 거라고.<br />
            <br />
            &#160;&#160; 황무지인 나스카 평원에서 만난 해독이 불가능한 기하학적인 도형들. 나스카 인디언들은 그때 동물을 부릴 줄을 몰랐다고 한다. 자갈들로 이루어진 기나긴 수백 개의 선들과, 생명이 부여되어 날기 시작한다면 평원의 얼마쯤은 그 날개의 그늘이 질 것 같은 거대한 새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짐승들의 형상이 손가락으로 파놓은 암호처럼 새겨져 있었다. 천오백 년 전에 새겨진 그 그림들이 지금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나스카 평원이 열대림이 울창하게 우거지기 마련인 위도(緯度)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지난 일만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서라고 했다. 일만 년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다…… 혼자서 중얼거렸다. 일만 년이란 시간은 나로서는 추측이 불가능한 시간이었다. 비가 내리지 않아 건조해서 그 도형들이 그대로 유지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일만 년이란 시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을 두고 그곳은 건조해서, 라고 표현해도 되는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지상에서는 그림 전체를 볼 수 없었다. 적어도 삼백 미터 이상 높이 떠야만 전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일행들과 헬기를 타고 허공에 떠서 도형들을 내려다보았다. 지그재그, 별,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식물들과 격자 문양, 원, 삼각형, 사각형, 사다리꼴…… 도형들은 끝도 없이 이어지고 이어졌다. 기하학적이고 수수께기 같은 도형들은 황량하고 광대한 나스카 평원만을 뒤덮고 있는 게 아니었다. 지상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도형의 선들이 허공에 떠서 내려다보자 평원과 떨어져 있는 섬과 깊은 계곡과 하천들과 안데스 산맥의 굴곡으로 비틀어지지도 않고 정교하게 똑바로 연결되어 있었다. 자갈을 쌓고 또 쌓아 연결한 수백 개의 기다란 선들. 거대한 삼각형의 꼭대기 변이 잘려 있기도 했고 남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듯한 새의 형상이 뚜렷이 보이기도 했다. 동물을 부리지 못했다 하니 그들은 그 엄청난 일들을 모두 손으로 해냈을 것이다. 공중에 떠서 내려다볼 수 있는 기구가 발명되기 전에 어떻게 땅에서는 한꺼번에 조망할 수도 없는 이 거대한 도형들을 남겼을까. 천오백 년 전에, 왜? 어떻게? 라는 질문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중에 나는 한 형상에 시선이 멈췄다. 거기 오십 미터는 될 것 같은 거미가 새겨져 있었다.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21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71494</link><pubDate>Wed, 16 Dec 2009 11:1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71494</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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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제121회
            &#160;
            
        
        
            
            &#160;&#160; 신새벽에 신문을 집어와 넘기다가 멈칫했다. 그의 사진전 기사가 실려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에밀리― 하고 불렀다. 유선이 에밀리― 하고 부를 때마다 에밀리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말하면 유선은 듣지 못한다고 해서 에밀리! 라고 부르지 말라는 법은 없어, 이모! 했다. 유선은 가끔 그렇게 내가 이미 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일깨운다. 그게 젊음일 것이다. 에밀리― 사진이 좋다! 에밀리는 어디 있는지 기척도 없는데 나는 에밀리가 옆에 있기라도 하듯이 중얼거렸다. 사진전의 제목은 ‘세상을 껴안는 사람들’이었다. 모스크바 아르바트 거리의 젊은이들이 거리에서 서로를 안아주는 사진들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서로를 껴안아주는 사진들이 몇 컷 실려 있었다. 삼백 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서로를 안아주는 사진을 찍느라 그는 석 달을 떠돌아다녔다고 씌어 있었다. 그 기간을 추측해보니 윤교수의 장례식을 치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그는 기자의 어떤 질문인가에 세상에서 가장 잘 웃지 않는 사람들은 모스크바 사람들일 거라며, 그들도 아르바트 거리에서 서로를 안아주는 젊은이들을 보면서는 미소를 짓더라, 고 대답했다. 그래서 자신도 그 아르바트 거리에서 모르는 젊은이 백 명을 껴안아주었다고. <br />
            <br />
            &#160;&#160; 나는 백 명의 모르는 젊은이들을 껴안아주었다는 그의 사진을 아침빛이 스밀 때까지 들여다보았다.&#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 그날 내가 채플시간에 초대되어 예정에도 없던 크리스토프에 대한 질문을 받고 대답을 했던 날, 또 한 학생이 손을 들었다. 평범한 질문인데 학생은 몹시 떨면서 말했다. 나의 이십대 시절에 비추어 지금 이십대들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 나는 막막해졌다. 한 번도 대답해본 적 없는, 처음 받아보는 질문처럼 느껴졌다. 다른 때에 그와 비슷한 질문을 받으면 지금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인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인생의 질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고 말하곤 했다. 자신이 평생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백 번쯤 생각해서 백 번 다 나는 이것을 하면서 살면 행복하겠다고 여겨지는 것을 발견하라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면 항상 그것을 향해 다가가라고. 그렇게 삼십대 이후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되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되면 무엇보다도 그 일이 잘 안 되고 있을 때도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그 일이 잘 안 되고 있을 때 오히려 비상을 위해 더 깊이 생각할 것이다. 실패가 오히려 더 성찰하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어떤 일에 몰두해 사는 사람들이 일구어낸 것들은 목적을 갖지 않아도 저절로 같은 시절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퍼뜨릴 것이다. <br />
            <br />
            &#160;&#160; 나는 학생들 사이에 앉아 있는 유선의 눈을 스쳐 지나 질문한 학생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을 향해 나도 모르게 다른 말이 새어나왔다. 함께 있을 때면 매 순간 오.늘.을.잊.지.말.자, 고 말하고 싶은 사람을 갖기를 바랍니다. 학생들이 와아, 하고 웃었다. 나도 따라 웃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난 줄 알았다가 다시 이어지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으려고 학생들이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언제든 내.가.그.쪽.으.로.갈.게, 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해요, 라고 말하는데 눈앞이 흐려졌다. 그날이었을 것이다. 유선과 함께 학교를 빠져나오는데 학교 앞 정문에 스무 살쯤 된 청년이 ‘나를 안아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화상을 입었는지 왼쪽 뺨에서 귀에 이르는 쪽으로 상처가 나 있었다. 오래 전 명동성당 앞에 서 있던 그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왜 그때 그 옆에 서 있어주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을까. 나는 유선의 손을 놓고 청년에게 다가갔다. 내가 팔을 벌리자 청년이 나에게 안겼다. 내가 안은 것 같았는데 오히려 청년이 나의 등을 두어 번 다독여주었다. 아마 그때 그도 내가 알지 못하는 어느 거리에선가 모르는 누군가를 안아주고 있었나보았다.&#160;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20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68801</link><pubDate>Tue, 15 Dec 2009 09: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68801</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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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제120회
            &#160;
            
        
        
            
            &#160;&#160;&#160;그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 어느 날, 명동성당 앞에 서 있던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가 ‘당신을 안아드립니다’라고 피켓을 들고 서 있었다. 나는 그가 피켓까지 만들어 들고 나올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 성당 앞에서 만나기로 했지만 나는 선뜻 그 앞에 나서질 못했다. 그와 나는 일단 모르는 사람 백 명을 가슴에 안아보기로 했다. 백 명을 안아보고 난 후에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기로. 모르는 사람을 안아보기로 한 첫 약속장소가 명동성당이었다. 시위대에 섞여 있는 그를 만나러 숱하게 드나들던 곳이었다. 나는 성당 앞에 서 있는 그 앞에 나서지 않고 멀리서 지켜봤다. 그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던 나를 지금도 설명하지 못하겠다. ‘당신을 안아드립니다’라는 피켓을 처음 보았을 때 내 마음 안에 번지던 그 야릇한 저항을 무엇이라 해야 할는지. 사람들이 힐끔힐끔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그를 보며 지나갔다. 노골적으로 걸음을 멈추고 서서 그를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모르는 사람을 안아주기는커녕 거기 서 있는 자기 자신이 어색해서 몸 둘 바를 모르는 듯이 보였다. 이따금 지나가던 외국인이 다가와 그를 안아주고 가곤 했다. 외국인이 그를 꽉 껴안을 때도 오히려 그의 손은 어색하게 아래로 떨어져 있곤 했다. 그렇게 그는 서너 시간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더는 그에게 다가오는 사람도 그가 다가가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그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가 무언가에 패배한 듯이 ‘당신을 안아드립니다’라고 씌어진 피켓을 아래로 떨어뜨렸을 때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냥 그를 깊이 껴안은 채 오래오래 그 자리에 서 있었다.&#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 누군가 나에게 세월이 흐른 후에 너도 우리에게 생긴 일을 이해하게 될 거다, 라고 말해주길 바라는 시간이 흘러갔다.<br />
            <br />
            &#160;&#160; 시간이 그냥 흘러간 건 아니다. <br />
            <br />
            &#160;&#160; 그와 나는 모르는 사람 백 명을 껴안아주기에 실패한 이후 팔 년 전까지 끊임없이 무슨 약속인가를 했다. 무슨 약속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람들처럼. 기억할 수도 없는 지켜지지 않은 그 숱한 약속들. 지키지 못한 약속 위에 부질없이 또 다짐했던 약속들. 미루의 소식을 들은 후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에서 전화를 거는지도 모른 채 새벽마다 전화를 걸던 그의 행동이 어느 해 다시 시작되어 새벽마다 전화를 받았던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어디야? 물었다. 단 한 번 그가 분명한 어조로 사과가 많이 나는 고장 이름을 댔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나가 첫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려 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던 적이 있었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사과 과수원 옆으로 난 소롯한 길을 달리다가 손을 내밀어 아침이슬이 묻은 사과를 따서 나눠 먹었던 때가. 싱그런 사과를 아삭 베어 먹으며 함빡 웃었던 때가. 그때의 우리는 그렇게 영원히 함께 앞으로 나아갈 사람들처럼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 시기는 짧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자신이 전화를 걸고 있는 곳을 잘 설명하지 못했다. 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그를 찾아나섰다. 그를 찾는 때도 있었고, 찾지 못할 때도 있었다. 겨우 그를 찾아내 새벽 네시에 전화하는 사람은 간첩일 거야, 라고 말해 그를 웃게 했던 적도 있었다. 그가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서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던 날이 있었다. 누군가 담을 넘어 들어와 마당에서 자고 있다고 했다.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자는 사람을 흔들어 물어물어 겨우 전화번호를 알아내 전화를 하고 있다고 했다. 데리러 오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디예요? 물어 설명을 들으니 미루가 우리와 함께 살고 싶어했던 그 집이었다. 새벽바람 속을 뛰어 그를 데리러 갔을 때 그가 나를 보고 미루야……라고 불렀다. 기억하지 못해도 아마 나도 언젠가 그를 두고 단아, 라고 불렀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런 약속을 하지 않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그 새벽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내가 더이상 그를 향해 그쪽으로 갈게, 라고 말하지 않게 된 때도.&#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9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66490</link><pubDate>Mon, 14 Dec 2009 10:4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66490</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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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제119회
            &#160;
            
        
        
            
            &#160;&#160; 그가 이따금 내 이름을 부르며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안에서 들었다. 나는 그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에게 다시 나가지 않으려고 애쓰며 방 안의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언젠가 시위중인 이 도시에서 그와 내가 황급히 쫓겨 들어간 서점에 놓여있던 시집을 뒤집어놓았다.&#160; <br />
            -정윤…… 정윤!<br />
            &#160;&#160; 그가 문 두드리는 소리와 대적하는 심정으로 뒤집어놓았던 시집을 손에 들고 펼쳤다. 수없이 읽어 외우게 되어버린 시를 한 줄 한 줄 읽었다. 정윤…… 정윤…… 문밖에서 그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지지 않기 위해 소리 내서 읽었다. 그가 언제 돌아갔는지 모른다. 나는 책상에 엎드린 채 잠이 들어 있었고 시집은 방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br />
            &#160;&#160; 그는? <br />
            &#160;&#160; 얼른 문을 열고 바깥에 나가봤을 땐 옥탑 가득 눈이 쌓여 있었다.<br />
            &#160;&#160; 갔구나. <br />
            &#160;&#160; 그의 부재를 확인하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의 자취를 찾아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그는 눈이 내리는 동안에도 계속 문밖에 서 있었던가보았다. 문 앞에서 서성이고 서성였을 그의 발자국이 눈 위에서 뭉개지고 뭉개지고 또 뭉개져 있었다. 나는 뭉개진 그의 발자국에 발을 딛고 서서 하얀 눈 위에 찍혀 있는 그의 발자국을 바라보았다. 옥상을 걸어서 계단을 내려간 그의 발자국을. 그 발자국을 따라 나도 옥상을 내려가고 계단을 내려갔다. 내가 살고 있는 옥탑방으로 들어가는 그 집 출입구 쪽에서 다시 그의 발자국은 뭉개지고 있었다. 얼마나 많이 서성였는지 그 자리만 눈이 밟히고 밟혀 매끈했다. 다시 아래 언덕으로 그의 발자국이 이어졌다. 그의 발자국은 오래 전에 미루와 미루 언니와 함께 그가 살았던 집,&#160; 미루와 단이와 그와 내가 며칠을 함께 지냈던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집 가까이 거의 다 갔을 때 그의 발자국은 한 번 더 많이 뭉개졌다. 그 자리에 서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그 집을 바라보았거나 생각에 잠겨 있었을 것이다. 발자국은 그 자리에서 다시 돌려세워졌다. 발자국이 뭉개진 자리에 서서 새벽빛 속의 그 집을 바라보다가 나도 그의 발자국을 따라 다시 돌아섰다. 하얀 눈 위에 찍힌 그의 발자국을 따라 한없이 가다보면 그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도 같았으나 곧 그의 발자국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처음 따라올 때는 눈 위에 그의 발자국만 찍혀 있었던 것이 또다른 사람이 그 새벽길을 걸어갔는지 발자국 몇 개가 뒤섞이더니 그 위로 청소차가 지나가 모든 발자국 위에 트럭 바큇자국만 남아 있었다.&#160; <br />
            <br />
            &#160;&#160; 그의 발자국을 지워버린 트럭 바큇자국을 오래 바라보다가 옥탑방으로 돌아왔다. 단출하게 가방을 꾸려 시골집의 아버지에게 가는 기차를 탔다. 그해 겨울 내내 아버지 곁에서 지냈다. 그가 나를 찾아왔던 날은 일주일도 넘게 눈이 내리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는 이 도시에서 걸어서 내가 있는 시골집까지 온 모양이었다. 그 엄청난 눈길을 뚫고. 발은 동상에 걸려 있었고 뺨은 부르트다 못해 물집이 생기려는 중이었다. 무슨 짓이야? 그는 나의 책망을 말없이 들었다. 이럴 거면 왜 함께 있을 수는 없는 거야?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시골집에서 아버지와 함께 사흘을 지내다 갔다. 시골집뿐 아니라 그 마을의 눈을 죄다 치우기도 하고 장기를 두기도 하고 엄마 묘소에 가는 아버지를 따라나서기도 하며. 그가 돌아가겠다고 했을 때 도시까지 다시 걸어갈까봐 기차표를 끊고 기차역까지 배웅을 했다. 그러기엔 날이 한겨울이었으니까. 일찍 도착한 기차역의 대기실 안에서는 아무 말 없이 앉아만 있던 그가 표를 확인하는 개찰구 앞에서 내 이름을 불렀다.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도시에 돌아오면 예전에 우리가 남산에서 하려다 못 한 걸 해보자고 했다. 내가 뭐? 라고 묻자 그는 모르는 사람 껴안아주기…… 혼잣말 하듯 웅얼거렸다.&#160;&#160;&#160;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8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60982</link><pubDate>Fri, 11 Dec 2009 10: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60982</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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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18회
            &#160;
            
        
        
            
            &#160;&#160; 어떤 시간을 두고 오래 전, 이라고 말하고 있을 때면 어김없이 어딘가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래 전, 이라고 쓸 수 있을 만큼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되는 것들, 어쩌면 우리는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 건지도.&#160; <br />
            &#160; <br />
            &#160;&#160; 오래 전 그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가 아주 낯선 사람 같았다. 옥상에 그는 없고 나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입술이 깨물어졌다. 나와 동일시했던 그. 오로지 그와 함께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가 구차하게 느껴졌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내밀어도 잡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에게 이제 나와 함께 하는 일은 두려운 일이 된 것인가. 마음에 금이 가고 살얼음이 끼었다.&#160;&#160; <br />
            <br />
            -그러니까 만나지 말자는 거야? <br />
            -아니야.<br />
            &#160;&#160;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br />
            -나는 너를 더 사랑할 거야. <br />
            &#160;&#160; 함께하자는 나와의 약속을 번번이 어기면서 나를 더 사랑할 거라구? 그가 이상하게 말을 돌린다고 생각되었다.&#160; <br />
            <br />
            -고등학교 때 사진반 서클활동을 했었어. 우연히 롤랑 바르트의 책을 읽었는데 거기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새싹을 하나씩 나누어주는 것이다, 라는 말이 있었어. 무슨 길을 발견한 느낌이었어. 나중에야 그가 사진에 대한 글을 많이 썼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의 글을 읽다 보니 사진이 찍고 싶어졌어. 집에 괜찮은 카메라가 있기도 했고. 그 카메라를 자유자재로 사용해보려는 마음도 발동했을 테지. 막상 사진반에 들어가니 별로 재미가 없었어. 스투디움이니 풍크툼이니 하는 말을 알고 있는 이가 하나도 없었지. 롤랑 바르트라는 이름을 공유할 사람이 없었어. 그만 모임이 지겨워졌어. 안 가면 될 텐데 말이야, 그래도 또 갔어. 어느 날인가 사진반 선생이 인물사진 찍는 법에 대해 설명을 하는데 몸이 뒤틀리고 잠시도 더는 견딜 수가 없었어. 선생 몰래 교실을 빠져나오려는데 선생이 나에게 어디 가냐고 물었어. 생각나는 대로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어. 선생이 어디가 아픈데? 다시 물었어. 몸이 아팠던 것도 병원에 가려고 했던 것도 아니야. 그저 거기서 빠져나가고 싶었을 뿐이야. 어디가 아프냐고? 선생이 다시 물었지. 우물쭈물하다가 나도 모르게 마음이 아프다고 대답했지. <br />
            -……<br />
            -내 치기 어린 답변에 나조차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어. 완전 웃음거리가 되었군, 생각했지. 운동장 열 바퀴나 스무 바퀴 감이다, 라고도. 사진반을 담당하던 선생은 원래 과학 선생이었는데 수업시간에 거슬리는 학생이 있으면 포복을 시키는 건 보통이고 엉덩이를 내리치거나 뙤약볕 내리쬐는 시간을 골라 운동장을 지칠 때까지 돌게 했거든. 체념하고 불호령을 각오하고 있는데 선생의 반응이 뜻밖이었어. 마음이 아프다구? 물끄러미 나를 보더니 그러면 어서 다녀오너라…… 그랬지.&#160; <br />
            -……<br />
            -혼자 학교를 빠져나와 뒷산으로 올라갔어. 거기 묘지 위에 누워서 하얀 뭉게구름이 섬처럼 떠다니는 하늘만 오래오래 바라보다가 돌아왔던 때가 있었어.<br />
            -……<br />
            -이상한 일이지, 그뒤로는 단 한 번도 그 서클에 나가는 것을 빼먹지 않았어. 그것만이 아니라 항상 내 성적을 곤란하게 만들었던 과학시간까지 좋아졌어. <br />
            -……<br />
            -그날 학교 뒷산의 묘지에 올라 하늘에 떠가는 하얀 뭉게구름을 바라보다 내려왔던 그 시간이 없었다면 나는 사진뿐 아니라 과학과도 완전 담쌓았을 거야. <br />
            -……<br />
            -정윤. <br />
            <br />
            &#160;&#160; 그가 무슨 말인가를 더 하려고 타워를 노려보고 있는 내 등을 돌려세웠으나 나는 그의 말을 더 듣지 않았다. 춥고 바람 부는 옥상에 그를 세워놓고 나 혼자 방안으로 들어와버렸다.&#160; 오래 전, 그때 누가 옳았는지, 아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 그 상황에 자신을 투사하는 방법이 달랐던 것일 뿐.&#160;&#160;&#160;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7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58585</link><pubDate>Thu, 10 Dec 2009 10: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58585</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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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17회
            &#160;
            
        
        
            
            &#160;&#160; 그가 나와 멀어지려 했다고 해서 그가 내 손을 먼저 놓은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br />
            &#160;&#160; 윤교수가 내미는 백지에 끊임없이 글을 쓰다가 지쳐 잠이 들었던 다음날, 다시 윤교수가 쓸어놓은 눈길을 밟고 그 마을을 걸어나와 버스를 타고 도시로 돌아오는 동안 그는 내가 살고 있는 옥탑방으로 짐을 옮기겠다고 했었다. 나는 내 옥탑방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간격을 좁혀두었다. 그의 것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약속한 날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동시에 새벽이면 이 도시 어딘가를 떠돌다가 아무데나 쓰러져서 전화를 하던 그의 행동도 그쳤다. 무슨 연락을 해주길 기다리다 못해 그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잡지사를 찾아갔을 때 그는 한달음에 뛰어나왔다. 그에게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은 사람의 미적거림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다니고 있던 잡지사 사무실은 한강 너머의 아직 개발되지 않은 곳에 먼저 들어선 십층 빌딩 안에 있었다. 지금 생각으로야 겨우 십층이지만 그때는 그 주변에 십층 빌딩은 그 빌딩뿐이었다. 근처에 소나무가 우거진 능이 있었다. 내가 전화한 곳은 능으로 들어가는 입구의 공중전화였다. 전화를 건 내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부스 안을 걸어나오는 것이 먼저였는지 그가 저만큼에서 정윤! 큰 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난 것이 먼저였는지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그가 나타났다. 어색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가 나를 와락, 껴안았다. 우리는 능 안을 빙빙 세 바퀴를 돌았다. 내가 뭐라 하지도 않았는데 그는 다시 약속을 했다. 사흘 후에 짐을 옮기겠다고. 사흘 후에 그는 또 오지 않았다. 내가 그에게 가면 그는 역시 한달음에 달려나와 나를 깊이 껴안았다. 껴안고 있는 시간이 점점 더 길어졌다. 그렇게 네 번쯤 약속이 다시 이어지고 번번이 지켜지지 않았다. 마지막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던 밤에는 그가 내 옥탑방을 찾아왔다. 그때의 그는 나를 껴안지 않았다. 묵묵히 옥탑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나란히 서서 변하지 않고 빛을 뿜어내고 있는 남산타워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두려운가, 내가 물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160;&#160;&#160; <br />
            -함께 있으면 너와 나는 아플 거다, 흉측하게 될 거다.<br />
            &#160;&#160; 아플 거다, 라는 말은 받아들였지만 흉측하게 될 거란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싶어 뭐라 했어? 되묻기까지 했다. <br />
            -윤교수님 집에서 글을 쓰면서 깨달았어. <br />
            -……<br />
            -우리가 너무 아프다는 것.<br />
            -……<br />
            -함께 있으면 흉측하게 변할 거라는 것.&#160;&#160; <br />
            -……<br />
            -이렇게 시작하면 정윤…… 언젠가는 나 때문에 너는 어디로도 가지 못하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야.&#160; <br />
            -……<br />
            -아마 나는 너를 사람들로부터 외딴 섬처럼 고립시킬 거야. 다른 사람들과 너를 차단시킬 거야. 오로지 나를 통해서만 너를 알 수 있도록 만들고 말 거다. 나는 네가 그 무엇하고도 관계되지 않기를 바라게 될걸. 항상 너와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만 해서 우리는 둘 다 흉해질 거다. 우리는 지금 늘 함께 있는 것보다 서로가 없어도 괜찮은 시간이 많아지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아.&#160;&#160;&#160;&#160; <br />
            -그런 말을 그때 쓴 거야? <br />
            -……응. <br />
            &#160;&#160; 그가 그랬다면 나는 그 반대의 글을 쓰고 있었던 셈이다. <br />
            -그럼 왜 약속을 했어? <br />
            -나도 그러고 싶으니까.<br />
            &#160;&#160; 그가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다음날 아침에 윤교수가 그와 내가 쓴 글들을 두 개의 파일에 분류해 넣어 그가 쓴 것은 그에게, 내가 쓴 것은 내게 주었던 것이다. 나는 받지 않았다. 그걸 받고 나면 헤어지게 될 것 같아서. 추위에 떨며 타워의 불빛만 노려보았다. 그가 여태 내게 한 말을 이해하고 싶지도,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160;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6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56133</link><pubDate>Wed, 09 Dec 2009 10:5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56133</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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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제116회
            &#160;
            
        
        
            
            &#160;&#160; 내가 크리스토프 이야기를 마쳤을 때 학생들 중 누군가 손을 들었다. 질문을 하라고 말한 적도, 학교 측에서 학생들이 질문을 할 거라고 언질을 준 바도 없었다. 주어진 시간이 짧아 질문을 받을 생각도 않고 있었다. 이야기를 마치고 그만 물러날 준비를 하고 있던 나는 벗었던 안경을 다시 쓰고 손을 든 학생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160; <br />
            -얘기 잘 들었습니다, 선생님. 그러면 우리는 크리스토프인가요? 아니면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인가요? <br />
            &#160;&#160; 마음속으로 어떤 메아리가 울려퍼지는 것 같았다. 그때의 강의실 창문으로 스며들던 청명한 햇살이 한순간 눈앞으로 스쳐 지나갔다. 여름이 지나가고 있을 무렵이었다는 생각. 그때의 나만한 나이의 학생들의 빛나는 눈동자가 내게 쏟아졌다. <br />
            &#160;&#160;&#160;&#160; <br />
            &#160;&#160; 오래 전, 크리스토프 이야기를 마친 윤교수가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기로 하지. 지금 이곳에 있는 여러분 각자는 크리스토프일까? 아니면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일까? 라고 우리에게 던진 질문을 방금 학생이 고스란히 내게 한 셈이었다. 아주 오래 전 일들이 바로 지금 벌어지는 일처럼 재현되는 것 같은 순간. 그런 순간에 놓이게 되면 시간이 직선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게 된다.&#160;&#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 질문을 한 학생 옆에는 사촌언니의 딸 유선이 앉아 있었다. 일요일 날 사촌언니와 만나 점심을 먹을 때 젓가락으로 깻잎을 한 장 집어들다 말고 유선은 이모가 채플시간에 학교에 초대손님으로 온다고 학교 방송에 나왔어. 진짜야? 물었다. 내가 그저 웃기만 하자 사촌언니가 방송에 나왔으면 진짜지, 그럼! 확인시켜주자 엄마를 빼닮은 유선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목욕탕을 함께 다니고, 치과에 가기 싫어 의사와의 약속을 번번이 어겨 간호사로부터 전화를 받고, 귤을 까먹다가 접시에 마지막 한 개가 남으면 재빨리 집어가기도 하는 이모가 채플시간에 초대되어 온다는 게 믿기지 않는 눈치였다. 자꾸만 이상하네, 이상하네, 유명한 사람들만 오는 것 같던데, 하던 유선이 말끝을 흐리곤 나, 그 시간 싫어 이모! 자주 빼먹곤 했어…… 나 안 가도 되지? 해서 오지 않은 줄 알았다. 유선이 총명한 눈을 뜨고 질문한 학생 옆에 앉아 있는걸 보니 나도 어색했다. 유선에게 나는 옷을 바꿔 입거나 머리를 빗겨주는 이모일 뿐이었다. 내 눈에도 에밀리의 발톱을 서로 깎겠다고 하다가 방바닥에 미끄러지곤 하던 유선이 학생들 사이에 앉아 있으니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로 얼굴을 보며 웃는 걸 보아 질문한 학생은 유선의 친구이기도 한 모양이었다. <br />
            <br />
            -학생들은 각기 크리스토프이며 동시에 그의 등에 업힌 아이이기도 해요. 여러분만이 아니라 나도 불어난 강물을 건너가야 하는 와중에 있어요. <br />
            &#160;&#160;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 사이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싹트길 바라는 마음이 치솟았다. 그 마음이 용기 있게 미지의 시간 속으로 발을 내딛게 해줄 테니까. 나는 의자에 기대고 있던 등을 떼었다. <br />
            -강물이 불어났다고 해서 강 저편으로 건너가는 것을 그만둘 수는 없어요. 함께 의지해 강을 건너가야 하고 강 저편으로 아이를 실어나르기도 해야 합니다. 강을 잘 건너는 법은 한 가지뿐이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는 것. 불어난 강물을 혼자서 헤쳐나갈 수는 없어요. 강을 건너고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때로는 불어난 강물을 삿대로 짚고 강을 건네주는 크리스토프이기도 하고 때로는 그 등에 업힌 아이이기도 한 거예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재가 세상 전체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겨야 합니다. <br />
            <br />
            &#160;&#160; 그와 나는 스스로를 귀하고 소중히 여기지 못했다. 나는 쌍둥이처럼 같은 상처를 공유했기 때문에 그와 더 함께 있으려고 했고, 그는 그러기 때문에 나와 멀어지려고 했다.&#160;&#160;&#160;&#160;
            
        
    


    
        
            
        
    
    &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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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제115회 </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53318</link><pubDate>Tue, 08 Dec 2009 10:3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53318</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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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제115회
            &#160;
            
        
        
            
            &#160;&#160;&#160;
            &#160;&#160;&#160;<br />
            &#160;&#160; 나무 밑에, 라고만 했을 뿐 어느 나무라고 지칭하지 않았기 때문에 윤교수가 세상을 떠난 후 우리가 가장 많이 나눈 이야기는 뜻밖에도 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울진에 있는 굴참나무가 등장했고, 효자동의 백송이 얘기되기도 했다. 맹꽁이는 이제 그 백송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어느 해 폭풍에 쓰러져 그 터만 남았다고. 효자동 사람들이 백송을 살려보려고 무진 애를 썼으나 허사가 되었다고. 백송은 사라지고 그 터를 둘러싸고 다른 소나무를 심어놓았다고. 세상에 존재하는 수목원 이름들도 수없이 등장했다. 각자 그 동안 보아온 소나무, 떡갈나무, 산벚나무, 비자림, 벽오동…… 나무들의 이름이 장례기일 내내 우리 사이에 떠돌았다.&#160;나무 얘기를 하다보니 같은 나무를 두고도 성장기를 보낸 곳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는 게 수도 없이 많았다. 후박나무라고 말하는 나무를 누군가 그건 후박나무가 아니라 일본목련이라고 해서 책을 가져와 따져보기도 했다. 남쪽 섬에서 태어난 이가 말하는 후박나무가 우리가 알고 있는 진짜 후박나무였다. 중부지방에서 태어난 이가 말하는 후박나무는 일본목련이 맞았다. 남쪽의 후박나무를 본 적 없는 나무 기르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목련을 들여오면서 후박나무라고 이름을 지어 유포시키는 통에 후박나무에 대한 혼선이 빚어졌다고 씌어 있었다. 남해에 가면 어느 작은 마을, 바다가 보이는 들판에 왕후박나무가 자라고 있다고도 했다. 오백 년도 더 전에 마을의 어부가 어느 날 바다에서 그때껏 보지 못한 큰 물고기를 잡았는데, 고기의 뱃속에서 씨가 나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그걸 가까운 땅에 심어두었더니 봄이 되어 그 씨에서 싹이 나오고 자라 지금의 그 왕후박나무가 되었다고도 했다. 나무 얘기들에 빠져 우리는 순간순간 윤교수의 장례식장에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나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누고 또 나누었다. 울진의 굴참나무 얘기가 나오면 누군가 안동의 굴참나무 이야기를 꺼냈다. 안동의 굴참나무에 봄에 소쩍새가 날아와 울면 지금도 어김없이 풍년이 든다고 말하면, 누군가 울진의 굴참나무는 고려시대의 장군이 전투에 패하고 지나가다가 칼을 꽂은 것이 지금의 굴참나무가 되었다고도 했다. 윤교수의 장례식장은 강의실 같았다. 불두화며 백당나무며 주목이며 구상나무 이야기들이 끊임없이 오고가는. 나는 그 사이에 끼어 엄마 묘소에 있는 백일홍을 떠올렸다. 아름드리 백일홍나무의 가지들은 묘소를 덮고도 남아 선홍색 꽃이 피면 엄마 묘소는 아주 먼 데서도 눈에 띄었다.&#160;&#160;
            &#160; 윤교수는 마지막 생을 보낸 시골집이 있는 산의 소나무 아래 묻혔다. 수많은 의견들이 오고갔으나 그곳이 택해졌다. 윤교수가 산책 삼아 자주 찾아가 보는 나무라고 했다. 수령이 이백 년은 더 된 노송이었다. 앞으로는 멀리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강물이 내려다보이고, 뒤로는 병풍처럼 둘러싼 잣나무, 산수유를 비롯한 다른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차 있는 곳이었다. 분골함을 그 아래에 묻고 모두들 그 위에 흙을 한 줌씩 뿌렸다. 내 차례가 되어 나도 손에 흙을 한 줌 감싸쥐었다. 차가운 흙을 손에 쥐는 순간 모든 말들이 다 가라앉아버리고 남아 있는 말은 한마디였다. 안녕히,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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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4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9940</link><pubDate>Mon, 07 Dec 2009 10: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9940</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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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14회
            &#160;
            
        
        
            
            &#160;&#160;&#160;
            &#160;&#160;&#160;<br />
            &#160;&#160; 윤교수의 육체는 투명한 유리관 속에 있었다. 얼굴과 팔만 유리관 밖에 가만히 놓여 있었다. 자연스런 호흡을 할 수 없는 상태라 코와 목에 호흡과 섭식을 위한 기구들이 매달려 있었다. 온몸이 부어 있어 뼈에 도배를 해놓은 것 같던 윤교수의 평소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부어오른 육체와 떨어져 유리관 밖에 나와 있는 윤교수의 팔을 바라보았다. 더이상 주삿바늘을 꽂을 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이 바늘 자국이 남아 있는 팔 아래 가만히 놓여 있는 야윈 손을. 손만은 내가 알고 있는 윤교수의 손이었다. 학교를 떠난 후 시골집에서 씨를 뿌리고 보살피고 거두어 그것만으로 자급자족생활을 하며 글을 썼던 윤교수의 손가락들은 거칠었지만 불빛 때문인지 피부는 뜻밖으로 어린아이처럼 투명했다. 야윌 대로 야위어 나무 펜대처럼 보이기도 했다. 윤교수의 손에 닿고 싶은 나의 손이 꽉 붙들고 있는 건 그의 손이었다. <br />
            <br />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요 <br />
            &#160;&#160; 사모님이 시선을 윤교수의 얼굴에 둔 채 말했다. <br />
            -알아들으세요. <br />
            &#160;&#160; 저 상태로 우리의 말을 알아들으신다구? 내가 가만있자 윤교수 곁으로 다가간 그가 교수님, 정윤이 왔습니다, 했다. 사모님은 윤교수가 말을 알아듣는다고 했으나 투명한 유리관 속의 윤교수의 육체는 미동이 없고 얼굴은 고요했다. 숨을 쉬고 있다는 것조차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날카롭고도 다정했던 윤교수의 두 눈 또한 움직임 없이 조용히 감겨 있었다. <br />
            -잠깐만 있어요. <br />
            &#160;&#160; 누군가 병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사모님을 향해 손짓을 했다. 윤교수 곁에 앉아 있던 사모님이 맞잡고 있던 자신의 두 손을 떼지 않은 채 일어서서 병실 바깥으로 나갔다. 병실의 고요한 정적 속에 그와 나, 윤교수 셋만 남았다. 나는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윤교수의 손을 만져보았다. 살거죽이 힘없이 밀리면서 온기가 느껴졌다. <br />
            -정윤. <br />
            &#160;&#160; 그가 나를 나직이 불렀다. <br />
            -손바닥을 펴봐. <br />
            &#160;&#160; 윤교수의 손가락들이 내 손 안에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가 하라는 대로 손바닥을 폈다. 윤교수가 손가락을 구부렸다. 나는 윤교수의 야윈 손가락 아래 내 손바닥을 대주었다. 윤교수의 손가락들이 내 손바닥 위에서 가만가만 움직였다. 우…리…는… 나는 눈을 부릅뜨고 윤교수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윤교수가 내 손바닥 위에 쓴 글씨는 우.리.는.숨.을.쉰.다, 였다.&#160;&#160;&#160;&#160; <br />
            <br />
            &#160;&#160; 병원에 왔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친구들이 여럿이었다. 나도 그들 속에 섞였다. 오후에 잠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 에밀리의 밥그릇에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다시 병원으로 갔다. 그는 단 한 번도 병실 주변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의 옆에 서 있거나 병실 주변의 식당이나 카페에 삼삼오오 섞여 있는 무리 속에 끼어 있었다.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 누군가 무슨 얘기인가를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나가기를 바랐다. 손을 씻지도 않았다. 윤교수가 쓴 글씨가 지워질 것 같아서. 시켜놓은 음식들은 차갑게 식었고 빈속에 술을 마셨다. 내가 병원에 찾아갔던 사흘 후에 윤교수는 세상을 떠났다. 온종일 날이 흐리더니 급기야 눈보라가 치던 저녁 무렵이었다. 병문안 오는 사람들의 모자나 어깨에 눈송이가 묻어 있곤 했다. 아침 저녁으로 병원에 들르는 맹꽁이와 함께 병실 바깥에 서 있다가 윤교수가 임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짐작하고 있었으면서도 암전이 된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졌다. 나는 병실 앞의 긴 복도를 또각또각 소리내며 걸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일층에서 내려 병원 건물 뒤 쪽으로 그냥 걸어갔다. 자꾸 무릎이 꺾이려 했다.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후미진 곳에 등을 기대고 서서 구두 끝만 내려다보았다. 몸이 아프기 시작한 후 삼 년 동안 당신 곁에 우리를 근접하지 못하게 했던 윤교수는 죽음을 예감한 후에 스스로 병원에 데려다달라고 했다. 입원한 후에도 혼자 있기를 원하다가 힘에 겨워 더이상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후에야 우리에게 알리는 걸 허락했다. 내 손바닥에 우.리.는.숨.을.쉰.다, 라고 써주었듯이 윤교수는 병문안 온 사람들의 손바닥에 가끔 어떤 문장들을 쓰곤 했다. 사모님의 손바닥에 윤교수가 남긴 문장은 화장을 시켜 나무 밑에 묻어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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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3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4322</link><pubDate>Fri, 04 Dec 2009 10:2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4322</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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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

    
        
            
            제113회
            &#160;
            
        
        
            
            &#160;&#160;&#160;
            &#160;&#160;&#160;<br />
            &#160;&#160; 병원에 도착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윤교수가 입원해 있는 병동에 내려 병실을 향해 걸어갈 때 복도에 울리는 내 발 소리가 또각또각 들렸다. 한번 신경을 쓰기 시작하자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고 구두 소리만 점점 커져서 내 귀를 가득 채웠다. 견딜 수 없어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저편 복도 끝에 누군가 벽에 등을 대고 서 있었다. 그 사람이 나를 보는 것 같더니 벽에서 등을 떼고 바로 섰다. 그였다. 꽤 먼 거리인데도 나는 그를 단박에 알아보았다. 다시 한 걸음 내디디려다가 우두커니 서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그도 내 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가 걸음을 다시 옮기자 그도 내 쪽을 향해 걸어왔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 복도에서 마주보고 서게 되었다. <br />
            -왔구나. <br />
            -……<br />
            <br />
            &#160;&#160;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나보았다. 정장 차림이었다. 그의 시선이 잠시 내 얼굴에 고정되었다. 나도 그의 눈을 응시했다. 그의 눈썹이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꿈틀했다. 그 순간 그를 처음 봤을 때의 시간 속으로 생각이 곤두박질치려 해서 나는 얼른 등을 바로 세우고 곤색 양복 속의 오트밀 빛 와이셔츠와 넥타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잡지나 신문에서 봤던 그는 늘 카메라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젠가는 피사체를 향해 무릎을 꿇고 사진을 찍고 있는 그의 모습이 실린 인터뷰 기사를 읽기도 했다. 그의 곁에는 어린아이만한 배낭이 놓여 있었다. 설치미술가와 함께 미국 동부를 열차로 횡단하며 작업을 하는 과정이 실린 기사였다.&#160; 그의 배낭을 들어보려다가 무거워 들지 못하고 내려놓았다는 문장이 있었다. 그렇게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그는 다가오는 열차를 찍을 수 있는 가장 높은 데까지 비호처럼 달려간다고 했다. 그때마다 생긴 무릎의 상처가 더께처럼 굳어 있다고도 씌어 있었다. 그는 피사체를 향해 미끄러지고 무릎을 꿇으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가 글 쓰는 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사진 찍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나는 구독하는 신문이나 우연히 펼쳐보게 되는 잡지에서 만났다. 처음엔 그를 발견하면 복잡한 마음으로 오래 응시했지만 차츰 그런 일에 익숙해졌다. 그는 늘 어딘가를 떠돌아다니는 것 같은 이미지였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정장 차림의 그가 낯설었던 것은.&#160;&#160;&#160; <br />
            <br />
            -가자. <br />
            &#160;&#160; 그가 한 발짝 앞서 걸었다. 복도를 돌아서자 거기에 아는 얼굴들이 옹기종기 서 있었다. 둘이 혹은 몇몇이 모여 있기도 했고 혼자 구두 끝만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친구도 있었다. 나를 보고 눈으로 인사를 하는 친구도 있었고 손을 내밀어 내 어깨를 툭 치는 친구도 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정윤, 왜 이제 와? 하며 책망하듯 말했다. <br />
            -명서는 사흘 동안 여기서 꿈적도 안 했어. <br />
            &#160;&#160; 그랬구나. <br />
            &#160;&#160; 그는 팔 년 만에 만난 내 앞으로 다가와 왔구나…… 했다. 그러고는 곧 가자, 하더니 나를 윤교수 앞으로 데려가려는 안내자처럼 계속 한 발짝 앞서 걷고 있었다.&#160;&#160; <br />
            -정윤.<br />
            &#160;&#160; 그가 뒤돌아보았다. 그때껏 주머니에 넣고 있던 두 손을 빼더니 내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160;&#160; <br />
            -……<br />
            -마음을 단단히 먹어. <br />
            -……<br />
            &#160;&#160; 그는 병실 앞에서 기다릴게, 하다가 아니다, 함께 들어가자, 며 나를 따라 들어왔다. 나는 그가 왜 나를 따라 들어왔는지 병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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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2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2248</link><pubDate>Thu, 03 Dec 2009 10:2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2248</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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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제112회
            &#160;
            
        
        
            
            &#160;&#160;&#160;
            &#160;&#160; <br />
            &#160;&#160; 안경을 쓰자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빛들이 다시 내 눈 속으로 쏟아져들어왔다. <br />
            <br />
            &#160;&#160; 팔 년 만에 그가 전화를 걸어와 윤교수의 소식을 전해왔을 때 나는 사흘 동안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날 전화를 받고 아침나절을 보내고 난 뒤 책상을 정리하고 병원으로 출발하려고 했을 때 다시 걸려온 전화는 맹꽁이였다. 맹꽁이는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터널 하나를 사이에 두고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맹꽁이도 윤교수의 소식을 전해듣고 내게 전하려고 전화를 걸었던가보았다. 그날은 그렇게 윤교수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들의 전화벨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었을 것이다. 맹꽁이로부터 윤교수의 소식을 다시 전해듣자 현실이 분명하게 실감났다. 맹꽁이가 자동차를 가지고 집 앞으로 올 테니 함께 병원에 가자고 했을 때 나는 막 병원으로 나가려는 참이었음에도 손님이 와 있어 얘기중이라 나중에 가겠다고 했다. 맹꽁이가 손님? 하고 되묻다가 곧 그럼 병원에서 보자, 했다. 나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그대로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채로 밤을 맞았다. 깨끗이 정리된 책상을 바라보다가 단이의 누나에게 보내려고 어렵게 구한 의문사에 대한 민간단체의 기록들을 책상에 펼쳐놓고 세밀히 읽었다. 못다 한 사람들의 기록을 읽는 일은 그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렇게 갑자기 알 수 없는 죽음을 당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도 고통이었다. 단이 누나에겐 군 의문사에 대한 수집 기록 부분만 따로 복사해서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도 충격과 상처를 잊지 못해 단이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하는 단이의 누나를 설득해 그때의 사고를 재조사해달라는 청원서를 쓸 생각이었다.&#160;&#160;<br />
            <br />
            &#160;&#160; 병원의 윤교수를 보러 가는 시간을 그렇게 유예시킨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이 없을 텐데도 나는 그러고 있었다. 오래 전 그와 나에게 끊임없이 백지를 밀어주며 글을 쓰게 했던 윤교수가 병원에 있는 게 아니라 또 한 장의 백지를 내밀어주며 질문을 던지고 있는 듯했다. 지.금.뭘.하.고.있.는.거.야. 병원으로 가지 않고 있는 내내 불쑥불쑥 마음 안에서 솟구치는 자책을 밀어넣으며 나는 어떻게든 병원에 가는 시간을 늦췄다. 병원에 가는 순간 윤교수의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으니까. 그러는 사이 창밖은 계속 눈이 내렸다. 눈 때문이었을 것이다. 누구도 만나려고 하지 않는 윤교수를 기어이 찾아갔던 날이 자주 떠올랐다. 조금씩 내리던 눈이 함박눈이 되었고 곧 폭설이 되었던 날이었다. 바람까지 매섭게 불어내린 눈은 곧 얼었다. 눈길을 위험스럽게 달리던 자동차가 결국 빙판 구덩이에 처박혔던 그날. 눈보라 속을 걸어서 혼자 있는 윤교수 집을 향해 걸었던 날.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나뭇가지가 여기저기서 툭툭 부러지는 소리를 냈었다. 결국 덩치 큰 나무가 퉁 소리를 내며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뭔가에 지는 마음으로 몸을 돌려 다시 돌아왔다. 내가 그때 그렇게 몸을 돌렸던 것처럼 윤교수가 죽음으로부터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다. 그 마음과 대적하듯이 이틀을 보냈다. 사흘째 되던 날 팽팽했던 긴장이 풀어지고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게 윤교수의 죽음 소식을 듣지 않고 세월이 흘러갔으면 하는 생각. 내 생각을 무찌르기라도 하는 듯 사흘째 되던 날 저녁 무렵에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나는 수화기 저편의 사람이 그라는 것을 알았다. 그가 무슨 말을 할 것인지도.&#160;&#160; <br />
            -오늘을 넘기지 못하실 것 같아.&#160;&#160; <br />
            -……<br />
            -윤아. <br />
            -……<br />
            <br />
            &#160;&#160; 살아 있다는 것은 곧 다른 모양으로 변화할 것을 예고하는 일이다. 태어나서 살고 죽는 사이에 가장 찬란한 순간, 인간이거나 미미한 사물이거나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겐 그런 순간이 있다. 우리가 청춘이라고 부르는 그런 순간이. 그가 팔 년 만에 두번째로 전화를 걸어와 오늘을 넘기지 못하실 것 같아, 라고 말했을 때,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있는 나를 향해 윤아, 라고 불렀을 때, 까마득히 잊고 있던&#160; 우리, 오늘을 잊지 말자, 고 하던 그의 목소리가 폭포를 거슬러오르는 연어떼들처럼 현재의 내 시간을 일깨웠다.&#160;&#160;&#160;<br />
            
            
        
    


    
        
            
        
    
    &nb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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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1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0129</link><pubDate>Wed, 02 Dec 2009 10:3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40129</guid><description><![CDATA[
    
        
            
            제111회
            &#160;
            
        
        
            
            <br />
            에필로그<br />
            <br />
            내가 그쪽으로 갈게<br />
            &#160;
            <br />
            인생이 정말 길 없는 숲 같아서<br />
            얼굴이 거미줄에 걸려 얼얼하고 간지러울 때 <br />
            그리고 작은 가지가 눈을 때려<br />
            한쪽 눈에서 눈물이 날 때면<br />
            &#160;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진다.<br />
            이 세상을 잠시 떠났다가<br />
            다시 와서 새 출발을 하고 싶어진다. <br />
            _로버트 프로스트, 「자작나무」
            
            <br />
            <br />
            <br />
            &#160;&#160;<br />
            &#160;&#160; -크리스토프 얘기를 하겠어요.&#160;&#160;&#160; <br />
            &#160;&#160; 나는 안경을 고쳐 쓰고 강의실을 둘러보았다. 반짝이는 눈들이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다. 채플 시간에 학생들과 십오 분 동안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는 안경을 벗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반짝이는 눈들이 조금 흐릿해 보였다. 뒷자리의 학생들은 아예 실루엣만 보였다. 오래 전의 윤교수 앞에서 그와 나를 비롯한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크리스토프? 싶은 의문이 학생들 사이에 섞였다. 나는 의아해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혼자 미소 지었다. 젊은 친구들이 오로지 사랑스럽게만 보일 때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나이를 먹는 게 나쁘지 않다. 한해 한해 조금씩조금씩 늙어 가는 것이. 청춘을 통과해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향해 은근히 발생하던 부러움, 눈을 비비고 있어도 빛이 나는 그들을 향해 물결처럼 퍼지던 상실감이 가라앉고 오로지 그들이 무엇에도 압박받지 않고 자유롭게 앞으로 한 발짝 씩 나아가기만을 바라게 되는 것도 나이를 먹는 일에 속하니까. <br />
            &#160;<br />
            &#160;&#160; -크리스토프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 학생? <br />
            &#160;&#160; 나는 말을 하다 말고 마음이 아득해졌다.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크리스토프는 서양의 중세 전설에 나오는 성인 이름일세, 여기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는 학생 있을 텐데 들어본 사람 없나? 오래 전 강의실에서의 윤교수의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리는 듯했다. 키가 커서 몸을 의자에 구겨넣은 듯하던 그와 그 옆의 검은 머리가 앞으로 쏟아져내려 얼굴을 잘 볼 수 없었던 미루의 모습이 학생들 속에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미루의 플레어 치마를 불안하게 바라보던 그때의 나 자신도 거기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잠시 혼란스러워져 두 손으로 얼굴을 세수하듯 비볐다. 윤교수의 장례식 이후에 내게 생긴 습관이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의식적으로 자제해보려고 하나 나도 모르게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있는 때가 잦아졌다. 윤교수의 말에 누군가 손을 들었었지. 더듬거리며 잘은 모르겠지만……이라고 말하자 윤교수가 잘 모르겠으면 그럼 아는 부분까지만 말해보게, 해서 강의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던 순간이 선명히 떠올랐다.&#160;&#160;&#160; <br />
            &#160;&#160; 나는 얼른 탁자의 안경을 들어 다시 썼다.&#160;&#160;&#160;&#160;&#160;
            
        
    


    
        
            
        
    
    &nbsp;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10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38034</link><pubDate>Tue, 01 Dec 2009 10:4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38034</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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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10회
            &#160;
            
        
        
            
            &#160;&#160;&#160;<br />
            &#160;&#160;&#160;윤교수가 말을 멈추고 나와 정윤을 물끄러미 보았다. <br />
            -차를 마시게. <br />
            &#160;&#160; 정윤이 탁자 위에 내려놓았던 큰 잔의 손잡이를 잡다 말고 내 앞의 잔을 들어 내게 건네주었다. 마주친 정윤의 눈이 부어 있고 빨갰다.<br />
            -저 모과나무에서 열린 것들이네.<br />
            &#160;&#160; 윤교수가 창밖의 나무들 중 눈에 덮여 있는 키가 꽤 큰 나무를 가리켰다. 윤교수는 그만 이야기를 멈추고 싶은 모양이었다. 윤교수는 정윤과 나를 보더니 고개를 끄덕끄덕했다.&#160; <br />
            -다시 그 집 앞에 당도해 열쇠를 구멍에 집어넣으면서 그냥 돌아갈까 생각했네. 그러고 싶었네.<br />
            -……<br />
            -문이 딸칵 소리를 내며 열렸지. 좀 전에도 보았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어. 나는 잠시 그 신발 앞에 서서 안방 문을 바라보았어. 갑자기 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 건 안방 문을 밀었을 때의 느낌이었지. 문이 다 밀리지 않고 뭔가에 닿았다는 생각이 골목을 다 내려갔을 때 불현 듯 들었네. 나는 그냥 방 밖에서 문을 열고 안을 슬쩍 들여다봤었지. 그 친구가 사는 집인지 아닌지 확실치도 않은데 편지에 넣어 보낸 열쇠가 그 문에 맞았다고 해서 남의 집 방을 함부로 들어가볼 수는 없었네.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다시 닫았어. 그 집을 나와 골목을 다 내려갔을 때 문득 그 집의 문을 하나하나 열어보고 닫았을 때 느낌이 확 떠올랐던 거지. 유독 그 안방 문을 열었을 때 뭔가 달랐다는 생각이 들었네. 가지런히 놓여 있는 신발 앞에서 그냥 돌아갈까? 또 망설였네. 두려웠네. 큼, 소리를 내며 신발을 신고 뚜벅뚜벅 그 안방 문을 향해 걸었어. 다시 망설였다간 그 문을 열어보지 못할 것 같아서 확 열어버리고 문 뒤를 돌아다보았네. <br />
            -……<br />
            -골목을 다 내려가서 확 깨우쳐진 것, 내가 그 방문을 밀었을 때 뭔가 닿은 듯한 그 느낌이 맞았더군. <br />
            -……<br />
            -이런 얘기를 하게 되다니,<br />
            -……<br />
            -그 친구가 거기 있었네. 목을 매고서.&#160; <br />
            <br />
            &#160;&#160; 윤교수와 나와 정윤은 하얀 눈이 쌓인 마당이 어두워지는 걸 바라보고만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윤교수가 입을 열었다. <br />
            -이 세상은 알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졌는지도 모르지. 그래서 나는 자네들이 서로에게 크리스토프가 되어주길 바라네. 자네들은 나의 크리스토프이기도 해. 그때 내가 보았던 광경을 내가 어찌 다 잊었겠나. 바래지긴 해도 잊히지 않아. 그러니 자네들보고 잊으라고 하지는 않겠네. <br />
            -……<br />
            -생각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더이상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생각해. 자신에 대해 사회에 대해 이 수수께기 같은 부당하고 알 수 없는 일에 대해 질문하고 회의해. <br />
            -……<br />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돌이켜 생각해보고 회의하게. 회의하지 않는 삶이 가장 나쁜 삶이라고 생각하네. 회의하는 힘이 자네들을 서로 사랑하게 하고 강하게 해줄 걸세.&#160;&#160;&#160;&#160;&#160;&#160;&#160; <br />
            &#160;&#160; 덩치 큰 개가 눈 쌓인 마당으로 나와 우리를 보고 눈 위에 앉았다. 마주보고 있는 셈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덩치 큰 개가 일어서더니 바로 창 앞까지 다가와 거기 바닥에 앉아 우리 셋을 바라보았다. 윤교수가 창을 열고 손을 내밀어 덩치 큰 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정한 손길이었다.&#160;윤교수가 무슨 생각이 난 듯 방에서 종이와 만년필 두 개를 가지고 나와 정윤과 내 앞에 밀어놓았다. <br />
            -써보게.<br />
            -……<br />
            -무슨 말이든 좋아. 그냥 써보게.&#160;&#160; <br />
            <br />
            &#160;&#160; 정윤과 나는 갑자기 백지와 만년필 앞에 놓여졌다. 정윤이 먼저 만년필 뚜껑을 열고 손에 쥐었다. 처음엔 무슨 말을 써야 할지 망설이던 우리는 곧 정신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우리가 백지를 다 채우면 윤교수는 다시 한 장을 내주었다. 우리가 또 다 쓰면 윤교수는 또 한 장을 더 내밀었다. 윤교수의 집은 단출했다. 거실에는 탁자와 의자, 부엌에는 사인용 식탁과 의자, 방 안에는 책상과 의자가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글을 쓰고 있는 동안 윤교수는 밖으로 나가 고구마를 가져와 씻어 삶았다. 정윤은 완전히 글을 쓰는 일에 몰두했다. 쓰고 또 썼다. 윤교수가 접시에 담아 내온 고구마는 물고구마였다. 다른 접시엔 홍시가 가득이었다. 저기에 심어 캔 것이네, 이건 저 나무에서 딴 것이네, 윤교수가 가리키는 마당 저편 저기가 어디인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흰 눈과 어둠뿐이었다. 접시에 담긴 삶은 물고구마와 홍시로 저녁을 먹으며 정윤과 나는 만년필에 잉크를 채워가며 글을 썼다. 자정이 지나도록 쓰고 또 썼다.&#160;&#160;&#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명서의 노트 8.&#160;<br />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nbsp;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09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35544</link><pubDate>Mon, 30 Nov 2009 10:3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35544</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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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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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9회
            &#160;
            
        
        
            
            &#160;&#160;&#160;<br />
            &#160;&#160;&#160;-내가 서른이 되기 전의 젊은 날에 편지를 한 통 받았네. <br />
            &#160;&#160; 윤교수가 야윈 몸을 소파에 기댔다. 안경 속의 눈빛은 여전히 창밖의 꽃사과나무에 매달려 있는 눈꽃에 머물러 있었다. <br />
            -한때 한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에게서였네. 여자친구였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네.<br />
            함께 많은 시간을 보냈네, 라고 말한 뒤에 윤교수는 물끄러미 정윤과 나를 건너다보았다. 우리를 바라보는 윤교수의 건조해 보이는 눈빛이 한순간 흔들렸다. <br />
            -편지 속에는 뜻밖에도 열쇠가 들어 있었어. <br />
            &#160;&#160; 정윤이 손바닥으로 감싸고 있던 모과차가 담긴 큰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160; <br />
            -못 만난 지 몇 년이나 지난 뒤여서 그걸 받았을 때는 징검다리에서 휘청 넘어진 기분이더군. 대체 이게 뭐지? 싶은 의혹에 휩싸였어.&#160;&#160; <br />
            -……<br />
            -열쇠를 돌돌 말고 있는 종이를 펼쳐보니까 구불구불 길 표시가 되어 있는 약도와 날짜가 적혀 있었어. 이런 겨울이었네. 약도 속의 집은 내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집이었어. 나는 그때 제대를 하고 시골집에서 잠시 겨울을 보내고 있었지. 전화도 흔하지 않은 때였네. 열쇠는 뭐고 날짜는 뭔지 알 수가 없어 꺼림칙한 마음으로 며칠을 보냈어. 편지에 적힌 주소로 의문이 담긴 내용의 답장을 썼던 것도 같은데 부치러 갈 수도 없이 눈이 내렸네. 그러는 사이 종이에 적혀 있는 날짜가 하루이틀 지나버렸지. 눈이 그치고 열쇠를 감싸고 있는 종이에 적힌 날짜가 지난 다음에야 깨달았네. 내가 그 날짜 안에 그 친구를 만나러 갔었어야 했다는 것을 말일세. 정신이 번쩍 났어. 그 길로 눈길을 뚫고 기차를 탔네. 종이에 그려져 있는 약도 속의 그 집은 옥수동 꼭대기에 있었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동네였어. 낯선 동네에서 약도 속의 그 집을 찾아 헤맸지. 길은 얼어 있었고 날은 추웠네. 가파른 길에서 몇 번이나 미끄러졌는지 모른다네. 나동그라지던 어느 순간에 마음이 덜컹했네. 그 친구가 이런 곳에 살고 있었는가? 싶었지. 우리가 만날 때는 한남동인가 하는 동네에 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 친구 집에 초대받아 다녀온 뒤에 우리는 조금씩 멀어졌던 것 같네. 아니, 그 친구는 똑같았는데 내가 그랬네. 뭐라고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손에 닿지 않는 사람 같았네. 어쩌다보니 입영할 때도 말 한마디 없이 입영하게 되었고 편지를 보내왔는데도 답을 못 했네. 그 친구가 면회를 왔을 때는 내가 휴가중이기도 했지. 그리 몇 번 어긋나다 소식이 끊긴 친구였어. 그런데 이렇게 가파른 곳에 그 친구가 살고 있었는가? 싶으니 마음이 낭떠러지 아래로 굴러떨어지는 것 같더군. 마음이 성급해졌어. 겨우 약도 속의 그 집을 찾아냈네. 꼭대기에 올라서도 비좁은 골목골목 안에 약도 속의 그 집이 있었지. 여러 세대가 살고 있는 다세대주택이었네. 초인종을 누르고 손으로 문을 두드려봐도 기척이 없었어. 편지 속에 들어 있던 열쇠를 꺼내 현관문 열쇠구멍에 넣어보니 딱 맞았어.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봤네. 인기척이 없었네. 신발은 가지런하고 모든 게 다 정돈되어 있었어. 누구 없나요? 안을 향해 소리를 쳐도 기척이 없었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어. 아무도 없어요? 내 말만 빈집에서 메아리처럼 울렸지. 그렇게 한참 서 있다가 그 집의 문이란 문은 하나하나 다 열어보았네. 안방이 있고 작은 방이 있더군. 사용한 지 오래된 것 같은 세면실 문도 열어봤어. 아무도 없었어. 냉기만 돌 뿐 텅 비어 있었지. 남의 집에 계속 그러고 있을 수도 없어서 다시 그 집을 나왔네. 열쇠로 문을 잠그고 계단을 내려왔어. 뭔지 이상해서 자꾸 뒤돌아보며 골목을 따라 한참 내려왔네. 어느 순간 뭔가 뇌리를 확 스치고 지나갔어. 추운 날인데 식은땀이 치솟았네. 나는 후다닥 좀 전에 내려왔던 골목을 다시 미끄러지면서 허겁지겁 따라 올라갔어. 제발 내 느낌이 틀리기를 바라면서 말일세.&#160;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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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8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30212</link><pubDate>Fri, 27 Nov 2009 10:30: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30212</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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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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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8회
            &#160;
            
        
        
            
            &#160;&#160;&#160;<br />
            &#160;&#160; 윤교수가 서 있는 마당엔 눈이 하얗게 쌓여 있었다. 나목들이 눈에 덮여 여기저기 우뚝우뚝 서 있었다. 길과 마당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여겨지는 낮은 담장 안쪽에 우리가 밟고 내려온 길을 쓸어낸 튼튼해 보이는 대빗자루가 세워져 있었다. 마당의 눈은 그대로 두고 대문 앞에서부터 쓸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정윤과 내가 안으로 들어설 때까지도 윤교수는 어서 오게, 라든가 찾아오기는 어렵지 않았나, 같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고 있는 정윤과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기만 했다. 우리가 윤교수 앞까지 갔을 때 저쪽 담의 개집에서 개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덩치가 큰 누런 털을 가진 개였다. 정윤은 윤교수에게 인사를 하기도 전에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 개의 등을 쓰다듬었다. 개가 귀를 내리고 윤교수 옆에 섰다.&#160; <br />
            <br />
            -덩치만 크다네. 아주 순해. <br />
            &#160;&#160; 윤교수가 손을 뻗어 정윤의 어깨를 탁탁 두드려주었을 때다. 정윤이 갑자기 눈이 쌓인 마당에 털썩 주저앉았다. 처음엔 정윤이 뭐에 걸려 넘어진 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흰 눈이 쌓인 마당에 주저앉은 정윤의 어깨가 들썩이는 것 같더니 곧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놀라 정윤! 하고 부르며 윤을 부축해 일으켜세우려고 하자 윤교수가 그냥 울게 두게, 했다. 정윤의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아니다. 오래 전, 오래 전이라고 써놓고 보니 아주 오래된 일 같다. 그날 새벽, 일영의 그 강변에서 세수를 마친 듯하던 정윤의 얼굴에 묻어 있던 눈물방울. 한번 터뜨린 울음을 정윤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여태 어떻게 참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정윤의 눈이 곧 퉁퉁 부어올랐다.&#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 윤교수는 미루의 일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말씀드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물을 만한 일이 아니었다. 왜요? 라든가 어떻게? 라든가 그런 말을 정확히 따져가며 물을 수 있는 일들만 우리에게 생긴다면 좋겠다. 내 복잡한 심중을 헤아렸는지 윤교수가 미루 어머니로부터 편지를 받았다고 했다. 미루 어머니는 나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 정윤을 데리고 미루의 외할머니 댁에 가고 윤교수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나에게는 일체 연락하지 않는다. 미루의 일을 이미 알고 있어서 윤교수는 내가 연구실 열쇠 일로 전화했을 때 정윤과 꼭 함께 찾아오라고 했던가보았다. 몇 번이고 꼭 정윤과 함께 오라고 당부했었다. 울음을 그친 정윤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날이 어두워지려고 했다. 거실 창 쪽에 길게 놓여 있는 의자에 앉자 마당에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찍혀 있는 우리의 발자국이 보였다. 갑자기 털썩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 정윤이 안타까웠는지 윤의 주위를 빙빙 돌던 덩치 큰 개의 발자국도 어지럽게. 윤교수는 부엌으로 가서 보온 포트를 들고 나와 모과차를 큰 잔에 가득 따른 뒤 정윤 앞으로 먼저 밀어놓고 내 앞의 큰 잔에도 따랐다. <br />
            <br />
            -다 울었나? <br />
            &#160;&#160; 말은 정윤에게 하면서 윤교수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정윤은 모과차가 담긴 큰 잔을 손바닥으로 감싼 채 들고 고개를 숙였다.&#160; <br />
            -저 나무를 들고 찾아왔었네.&#160;&#160;&#160; <br />
            &#160;&#160; 미루 얘기인가 보았다. <br />
            -함께 심었네. <br />
            -……<br />
            -꽃사과나무라네. <br />
            &#160;&#160; 미루가 외할머니 댁으로 내려가기 전에 마지막 만난 사람이 어쩌면 윤교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br />
            -봄이 되면 잎이 돋고 잎이 지면 열매가 생기겠지. 여름을 잘 넘기면 가을이 오기 전에 아주 붉은 꽃사과를 볼 수 있을 거야.&#160; <br />
            &#160;&#160; 정윤과 나는 나란히 앉아 마당의 여러 나무들 중 윤교수가 꽃사과나무라고 가리킨 나무를 내다보았다. 나무 위에 매달린 눈꽃들이 반짝 빛을 내고 있었다.&#160;&#160;&#160;&#160;&#160;&#160;&#160;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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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7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8280</link><pubDate>Thu, 26 Nov 2009 10:59: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8280</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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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제107회
            &#160;
            
        
        
            
            &#160;&#160; 윤교수의 시골집이 있는 마을은 크리스마스 카드에 나오는 것처럼 흰 눈으로 덮여 있었다. 정윤과 내가 버스를 타고 오는 동안 그 마을에도 눈이 내린 모양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을까지 걸어들어가는 동안에 그쳤던 눈이 다시 흩날리기 시작했다. 눈은 하얗게 쌓여 있을 뿐 아무도 걸어간 자국이 없었다. 우리가 처음 밟는 눈이었다. 윤교수님 집이 어딘 줄 알기는 해? 정윤이 눈발 속에서 내 팔을 잡으며 물었다. 맹꽁이에게 그리고 윤교수에게 전화로 설명만 들었을 뿐 첫 길이었다. 우리가 찾아갈 수 있을까? 눈이 이렇게 오는데? 정윤이 걱정이 되는지 또 물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가 났다. 찾아갈 수 있어, 내가 다짐하듯 대답하자 정윤이 웃었다. 진짜 뽀드득 소리가 나, 정윤은 눈을 처음 밟아보는 사람처럼 뽀드득 소리를 듣기 위해 자꾸 눈을 밟았다. 들어봐, 뽀드득뽀드득 뽀드득…… 정윤이 뽀드득, 소리를 내며 빨리 걸었다. 앞으로 나아간 정윤의 발자국이 눈에 찍혔다. 나를 기다리고 서 있다가 내가 다가가니 저기 좀 봐, 뒤돌아보았다. 정윤이 가리킨 쪽에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이 눈 위에 찍혀 있었다. 내 발자국은 컸고 그 옆 정윤의 발자국은 작았다. 정윤과 이렇게 발자국을 남기며 눈길을 걷고 있는 것이 좋았다. 이 세상 어디든 정윤과 함께 걸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눈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굽잇길을 몇 개 돌았다. 지난 태풍에 쓰러진 수령이 오래된 나무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새들이 눈 쌓인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우리 기척에 퍼드득 날아가기도 했다. <br />
            <br />
            &#160;&#160; 자꾸만 산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정윤이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지만 조금만 더 가면 돼, 길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정윤을 안심시켰다. 은근히 속으로 걱정을 하며 한 굽이를 더 돌았을 때다. 나타나지 않을 것 같던 마을이 내려다보였다. 정윤과 나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 누군가 좀 전에 우리가 막 내디디려는 길까지 눈을 쓸어놓고 마을로 내려간 것 같았다. 누가 여기까지 눈을 쓸어놓았지? 정윤이 시린 눈으로 나를 보았다. 글쎄, 나는 아닌데…… 내가 중얼거리자 정윤이 나도 아닌데…… 하며 웃었다. 마을의 집은 몇 채 되지 않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은 하얀 눈에 덮여 있었다.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보였다. 다만 바로 우리 앞에서부터 눈이 쓸린 길만이 지도처럼 계속 이어졌다. 우리는 언덕에 서서 눈이 쓸린 길을 눈으로 짚어보며 따라갔다. 눈이 쓸린 길은 굽이진 길을 내려가고 마을로 들어서더니 큰길을 따라 이어지고 곧 작은 길을 따라 이어지고 더 작은 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다. 사방이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어 눈이 쓸린 길은 이정표처럼 눈에 띄었다. 눈이 쓸린 길은 그렇게 이어지고 이어지다 어느 집 앞에서 끊어졌다.<br />
            <br />
            -저 집이야. <br />
            -응? <br />
            -저 집이라구.&#160; <br />
            &#160;&#160; 정윤이 눈이 쓸린 길이 끊어진 집을 가리켰다. 이쪽에서 보면 끊어진 것이지만 그쪽에서 보면 그 집 앞에서부터 눈이 쓸린 길이 시작되고 있었다.&#160;&#160; <br />
            -윤교수님 집이 저 집이야. <br />
            &#160;&#160; 우리는 안내표시 같은 눈이 쓸린 길을 따라 마을을 향해 내려갔다. 먼저 눈으로 따라가본 눈이 쓸린 길을 따라갔다. 정윤의 예측처럼 그 집이 윤교수의 집이 맞았다. 대문이 열려 있고 거기 마당에 윤교수가 서 있었다.&#160;&#160;<br />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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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06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6155</link><pubDate>Wed, 25 Nov 2009 10:4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6155</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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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6회
            &#160;
            
        
        
            
            &#160;&#160;&#160;
            &#160;&#160; 그가 책장에서 등을 뗐다. <br />
            -나가자. <br />
            -어디로? <br />
            -윤교수님께.<br />
            -……<br />
            -함께 오라고 당부하셨어. 연구실 열쇠도 가져다드려야 하고. <br />
            &#160;&#160; 그가 발걸음을 떼려고 할 때 내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가 다시 책장에 등을 기댔다. 우리의 등뒤로 미루의 노트가 꽂혀 있을 것이다. 누군가 아래층 계단을 올라와 연구실 밖 복도를 급하게 지나갔다. 구두 발짝 소리가 멀어지는 걸 그와 나는 책장에 나란히 등을 기댄 채 듣고 있었다. 그 누구도 그와 내가 폐쇄된 윤교수의 연구실에 이렇게 서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미루의 노트가 여기에 꽂혀 있는 것도.&#160; <br />
            <br />
            -우리 함께 지내. <br />
            &#160;&#160; 그의 팔을 붙잡고 있는 내 손을 그가 내려다보았다.&#160;&#160; <br />
            -함께 지내고 싶어.&#160; <br />
            -……<br />
            -그러고 싶어.&#160;&#160;&#160;&#160; <br />
            -정윤. <br />
            &#160;&#160; 그가 숨을 골랐다. <br />
            -나는 너와 항상 함께 지내고 있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거야. <br />
            -함께 지내잔 말이야. 에밀리랑 함께. 함께 먹고 이도 같이 닦고 아침에 같이 깨어나고 밤에 같이 잠들고…… 책도 함께 읽고 그러……<br />
            <br />
            &#160;&#160; 나는 말을 채 마치지 못했다. 그에게 내가 함께 하자는 것들을 하나하나 열거해갈수록 어떤 날들이 눈앞에 떠올랐다. 돌연 우리 사이에 서먹한 침묵이 발생했다. 그의 팔을 붙잡고 있는 내 손에서 힘이 빠졌다. 툭 떨어지는 내 손을 그가 꽉 잡았다. 아무런 약속도 기대도 없이 우연히 우리의 시간 속에 발생했던 날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단이와 미루와 그와 내가 함께 지냈던 그 빈집에서의 날들을 떠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단이는 우리와 함께 지냈던 그 집에서의 시간을 두고 아마 일생 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고 했었다. 그 집은 처음 가보는 곳인데도 조금도 헤매지 않고 다시 찾아 갈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그러니 꿈은 아니었겠지, 라고. 너와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행복했다, 고. 단이는 우리 넷이 함께했던 그 어느 날 그 집의 부엌에서 미루와 약속했다고도 했다. 미루의 비어 있는 노트 여백에 언젠가 그림을 그려넣어주겠다고. 단이는 썼다. 가끔 그 신새벽에 그 빈집의 식탁 앞에서 했던 미루와의 약속이 생각날 때가 있다. 그런 날이 오겠지. 언젠가 말이야.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 너희 셋이 쓴 문장들의 빈틈에 그림을 그려줄게, 라고.&#160; <br />
            -미루 생각하고 있어? <br />
            &#160;&#160;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랬나보았다. 내가 단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처럼.&#160;&#160; <br />
            &#160;<br />
            &#160;&#160; 그와 나는 학교를 빠져나와 윤교수의 시골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종로 3가까지 걸었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걷기만 했다. 찬바람이 느껴질 적마다 그가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내가 두르고 있는 목도리를 여며주었다. 두 손바닥을 비벼서 따뜻해지면 내 뺨을 감싸주었다. 우리가 청량리에서 버스를 내려 다시 덕소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고 맨 뒤에 앉았을 때 눈발이 희끗희끗 비치기 시작했다. 그가 어서 세월이 많이 흘러갔으면 좋겠다, 정윤, 하고 말했다. 그래서 아주 힘센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라고.&#160;&#160;
            
        
    


    
        
            
        
    
    &nbsp;

<br />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5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4070</link><pubDate>Tue, 24 Nov 2009 10:42: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4070</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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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5회
            &#160;
            
        
        
            
            &#160;&#160;&#160;
            &#160;&#160; 그와 나는 책들 속에 섞인 미루의 노트를 바라보며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내가 묻자 그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나도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가 왼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나도 왼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바닥을 내려다보며 두어 번 발을 쿵쿵거렸다. 나도 바닥을 내려다보며 두어 번 발을 쿵쿵거렸다. 그제야 그가 나를 바라보았다. <br />
            -왜 나를 따라 해? <br />
            -너를 웃게 하려고! <br />
            &#160;&#160; 그가 웃지 않고 물끄러미 나를 보았다. <br />
            -정윤.<br />
            -……<br />
            -너무 애쓰지 마. <br />
            -아니야. 우린 애써야 해. <br />
            -……<br />
            -그래야 해. <br />
            -......<br />
            -우리 함께 지내.<br />
            &#160;&#160; 그가 책장에 등을 대고 섰다. 나도 그 옆에서 책장에 등을 대고 섰다. <br />
            <br />
            &#160;&#160; 그저께 밤에 내 옥탑방의 전화벨이 울렸을 때 그 시각은 새벽 세시였다. 에밀리가 먼저 전화벨 진동에 놀라 책상 밑에서 책상 위로 튀어올라갔다. 그의 전화였다. 어디냐고 물으니 그는 모르겠어, 라고 대답했다. 술에 취한 그의 목소리를 정확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정신차리고 주변에 큰 건물이 무엇이 있는지를 말해봐, 나도 모르게 그를 향해 소리쳤다. 내가 그에게 들은 마지막 말은 홍대 쪽 어디라는 것이었다. 옷을 껴입고 옥탑방을 나서려니 에밀리가 문까지 따라왔다. 곧 돌아올게, 에밀리를 방안으로 밀어넣었다. 에밀리가 문을 발톱으로 긁어대는 기척을 들으며 신발끈을 꽉 묶었다. 영하의 새벽바람이 매서웠다.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계단을 뛰어내려가 택시를 탔다. 도대체 그는 홍대 근처 어디쯤에서 전화를 한 것일까. 택시기사에게 홍대 근처의 큰길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아달라고 했다. 술집들이 그 시간까지 불을 밝힌 채 영업을 하고 있고 비틀거리는 사람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길가에 나와 서 있었다. 그는 왜 그곳에 간 것인지. 큰길에서는 그를 찾을 수가 없어 나는 택시에서 내렸다. 블록을 정해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환한 골목들을 다 돌았을 때도 그를 찾을 수가 없었다. 내 발소리를 듣고 길고양이들이 어디론가 숨고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려 흩어지는 어두운 골목들을 그의 이름을 부르며 헤매다녔다. <br />
            <br />
            &#160;&#160; 한 시간도 넘게 골목을 뒤지고 다녔을 것이다. 그를 발견한 곳은 산울림소극장 근처의 어두운 계단 뒤쪽이었다. 거기에 공중전화가 있었다. 그는 그 공중전화에 매달려 내게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가까이 다가가도 그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디에 부딪혔는지 이마에 피가 맺혀 있고 손등도 깨져 있었다. 혼자 그렇게 술을 많이 마실 수는 없을 텐데, 그는 혼자였다. 그 정신에 내 전화번호는 어떻게 누른 것인지. 몸이 차갑디차가웠다. 이리 잠이 들다니. 계단 끝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 있었다. 여기저기에 고드름이 매달려 있기도 했다. 길가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간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그를 어떻게든 부축해 택시라도 타보려고 했으나 골목은 외졌고 축 늘어져 있는 그를 감당하기가 벅찼다. 언젠가 시내 한복판에서 시위대에 밀려 신발과 가방을 다 잃어버리고 맨발로 서 있는 나를 가뿐하게 업고 한 발짝 한 발짝 걷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목도리를 풀어 그의 목을 감싸고 외투로 차갑게 얼어 있는 그를 감쌌다. 차가운 그의 손등이 얼지 않게 어루만지며 누군가 도와줄 사람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우리는 밤이 되어도 헤어지지 말고 함께 있어야 한다고. <br />
            <br />
            &#160;&#160; 겨우 옥탑방으로 그를 옮겨왔으나 오후가 될 때까지도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엇을 조금만 먹어도 곧 토해냈다. 에밀리가 옹송그리고 앉아 그와 나를 지켜보았다. 밤이 되어서야 정신이 든 그가 내가 왜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에게 우리 당분간 여기서 함께 지내, 라고 말했다. 미루가 나에게 함께 살자고 했을 때 나는 뭐라고 했던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었지. 실망하던 미루의 얼굴이 스쳤다. 그가 깨진 손등을 들여다보며 정윤, 내가 잘못했어, 라고 했다.&#160;&#160;&#160;&#160; <br />
            <br />
            &#160;&#160; 나는 윤교수의 연구실을 나가기 전에 그의 대답을 듣고 싶었다.&#160;
            
        
    


    
        
            
        
    
    &nbsp;

<br />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4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1994</link><pubDate>Mon, 23 Nov 2009 10:08: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21994</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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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4회
            &#160;
            
        
        
            
            &#160;&#160;&#160;
            &#160;&#160; 나는 노트를 꽂으려다 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윤교수의 책상 앞에 서 있던 그가 자신의 겨울 외투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들고 내 쪽으로 왔다. 접혀 있는 편지였다.&#160; <br />
            -이것도 거기에 넣어두자. <br />
            &#160;&#160; 나는 그가 이것도, 라고 말하는 접힌 편지를 바라보았다. 미루가 그에게는 편지를 부쳤던 것일까? 내 마음을 짚은 듯 그는 내가 쓴 거야, 라고 말했다. 단이 소식을 듣고 육 개월이 지나서야 이제는 편지를 받을 수 없는 단이에게 경복궁의 누에 함께 올라가보자고 편지를 쓰고 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160;&#160; <br />
            -나는 이해가 안 돼.<br />
            -……<br />
            -받아들일 수도 없어. <br />
            -……<br />
            -그래도 이렇게라도 작별인사를 하고 싶었어. <br />
            &#160;&#160; 미루의 소식을 듣고 미루 얘기는 단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던 그였다. 아무 데서나 쓰러져 자고 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 나를 찾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미루에게 편지를 썼구나. 나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나는 그가 미루에게 썼다는 작별의 편지를 끼워넣을 수 있게 노트를 펼쳐주었다. <br />
            -읽어볼래?<br />
            -아니.<br />
            &#160;&#160; 내가 너무 단호하게 아니, 라고 했던가보았다. 그가 내 얼굴을 빤히 보았다. <br />
            -미루에게 쓴 거잖아.&#160;&#160; <br />
            -……<br />
            <br />
            -이것들은 뭐야? <br />
            &#160;&#160; 그가 노트에 편지를 끼우려다가 노트 사이에 붙여진 편지들을 들여다보았다. 미루가 지냈던 외할머니 댁 그 빈집의 벽에 붙여놓았다는 편지들이었다. 우리에게 쓰고도 부치지 않았던 편지들. 내가 한 장 한 장 노트의 빈자리에 붙여놓은 것들. 공교롭게도 그가 펼친 곳에 붙어 있는 건 편지가 아니라 엽서였다. 윤교수를 향해 쓴 것이었다. 엽서 뒷장에 나뭇잎 한 장이 색이 바랜 채 붙어 있어서 그 자리가 나뭇잎 모양 그대로 튀어나와 있었다. 그가 미루의 글씨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br />
            -읽지 않았으면 좋겠어. <br />
            &#160;&#160; 내가 말하자 그가 나를 보았다. <br />
            -지금은…… 지금은 말이야. <br />
            -……<br />
            -너도 안 읽었어?&#160; <br />
            -응…… 미루가 부치지 않았으니까.&#160; <br />
            <br />
            &#160;&#160; 미루가 그 빈집에서 쓴 편지나 엽서들을 노트에 일일이 붙이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 그에게 쓴 편지들은 그에게 전하고 윤교수에게 쓴 것은 윤교수에게 전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했다. 내 앞으로 쓴 것은 내가 읽어보는 것이. 하지만 미루는 이 편지들을 보내지 않았다. 이제 와서 우리가 자신이 쓴 편지들을 읽기를 미루가 원할까? 나는 미루 어머니가 내게 넘겨준 상자를 책상에 올려놓고 한 달을 보냈다. 명서라는 그의 이름, 정윤이라는 나의 이름, 그리고 윤교수님을 지칭해가며 써놓은 미루의 말들을 미루가 늘 품고 다니던 노트에 봉인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기로 했다. 어느 날 새벽에 혼자서 미루가 남긴 편지들을 노트의 빈자리에 붙였다. 붙이면서 생각했다. 이 노트를 윤교수의 책장, 윤교수가 젊은 날 서른이 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저자들의 책을 모아두었다는 이곳에 미루의 노트를 꽂아둬야겠다고. 미루가 남긴 편지들을 한 장 한 장 손으로 만지면서 내용을 읽지 않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루가 쓴 문장들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있는 것처럼 눈앞에서 쓸려다녔다. 씨눈이 박힌 감자를 땅을 파고 심은 얘기가 쓰여 있는 것도 같았다. 우리가 함께 읽었던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적혀 있는 엽서도 있었다. 나에게 쓴 편지에 단이의 이름이 보이기도 했다. 어느 덧 읽으려들면 나는 슬몃 눈을 감고 얼른 뒤집어 풀칠을 했다. 그랬어도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글씨가 흐릿하게 보였고 함께 도시를 걸어다녔던 어느 날들에 대한 이야기도 쓰여 있는 것 같았다. 명서에게, 라고 지칭된 편지에는 어느 해 겨울에 썰매를 타고 강에 빠졌던 얘기가 적혀 있는 것도 같았다. 윤교수에게 무엇인가를 사죄하고 있는 것도 같았다.&#160; <br />
            &#160;&#160; <br />
            -여기 꽂아두었다가 언젠가 같이 읽어.<br />
            -언젠가? <br />
            -응…… 언젠가. <br />
            &#160;&#160; 그가 묵묵히 미루에게 쓴 작별의 편지를 노트 사이에 넣었다. 나는 노트를 덮고 책등이 뒤로 해서 꽂힌 책들 사이에 미루의 노트를 뒤로 해서 꽂았다. 그가 손을 뻗어 책들 사이에 꽂힌 미루의 노트를 탁탁 두드려주었다.&#160;&#160;&#160;&#160;&#160;&#160;&#160;&#160;&#160;
            
        
    


    
        
            
        
    
    &nbsp;

<br />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제103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7380</link><pubDate>Fri, 20 Nov 2009 10:1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7380</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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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3회
            &#160;
            
        
        
            
            &#160;&#160;&#160;
            &#160;&#160; 이 도시로 돌아오는 역에서 미루 어머니와 헤어질 때 미루 어머니는 자동차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내 얼굴을 바로 보지도 않았다. 에밀리를 내가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는 말을 꺼내지 못한 채 자동차에서 혼자 내렸다. 미루의 노트가 들어 있는 상자를 품에 안고 역을 향해 걷다가 돌아보았다. 미루 어머니를 태우고 있는 자동차가 그대로 서 있었다. 몇 발짝 더 걷다가 다시 뒤돌아보았다. 그때도 자동차는 그대로 서 있었다. 왜 그때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는지. 죽음을 미안해했던 엄마. 병을 알고 나를 멀리 보냈던 엄마. 나는 재빨리 돌아섰다. 미루 어머니가 타고 있는 자동차를 향해 빨리 걸었다. 내가 다가가기 전에 자동차가 출발해버릴까봐 마음이 급해져 넘어질 뻔했다. 미루 어머니가 앉아 있는 자동차 뒷좌석 유리창을 손등으로 마구 두드렸다. 유리창이 스르륵 아래로 내려갈 때에야 안심이 되었다. <br />
            <br />
            -문 좀 열어주세요. <br />
            &#160;&#160; 미루 어머니의 텅 빈 듯한 눈빛이 내 얼굴에 잠시 머물렀다.<br />
            -문 좀 열어줘요. <br />
            &#160;&#160; 미루 어머니가 안에서 차문을 밀었다. 나는 미루의 노트가 들어 있는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자동차 안으로 몸을 깊이 밀어넣어 미루 어머니를 껴안았다. 미루 어머니의 얼굴이 내 뺨에 스쳤다. <br />
            -미루가 미안해했을 거예요, 어머니. <br />
            &#160;&#160; 미루 어머니 어깨에 내 턱이 닿았다.&#160; <br />
            -그랬을 거예요.&#160; <br />
            -고맙다. <br />
            &#160;&#160; 미루 어머니가 양팔을 뻗어 내 등을 어루만졌다. <br />
            -왜 미루를 그리 두었느냐고 묻지 않아서 고마워. <br />
            &#160;&#160;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미루 어머니에게 미루를 왜 그리 두었느냐고 물을 수 있는 존재가 못 되었다. 미루를 혼자 둔 사람들 속에 나도 있었으니까.&#160;&#160; <br />
            <br />
            -가거라. <br />
            &#160;&#160; 미루 어머니가 나를 떼어내었다. <br />
            -다시 만나지 말……&#160;&#160;&#160;&#160;&#160;&#160;&#160; <br />
            &#160;&#160; 미루 어머니는 목이 메어 말을 채 맺지 못했다. 다.시.만.나.지.말.자. 미루 어머니는 애써 다시 원래의 목소리로 돌아갔다. 나는 나도 모르게 다시 차 안으로 내 몸을 밀어넣었다. 미루 어머니가 열어주었던 자동차 문을 내가 닫았다. 내가 좀 전에 들고 있던 미루의 노트가 담긴 상자가 차문 바깥 바닥에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이런 관계도 있구나, 실감했다. 처음 만났는데 다시는 만나지 말자,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사이가 미루 어머니와 나의 관계였다. 우리는 헤어지지 못하고 그렇게 자동차 안에 오래 앉아 있었다. 기사가 차에서 내려 바닥에 놓여 있는 상자를 차 안으로 들여놓았다. 자동차 때문에 보행이 불편해진 사람들의 얼굴에 퍼지는 불만을 응시하며 우리는 오래 그러고 있었다. 침묵을 깨고 미루 어머니가 에밀리를 데려가겠냐? 라고 물었을 때까지.&#160;&#160;&#160; <br />
            &#160; <br />
            &#160;&#160; 나는 큼, 소리를 내며 책등이 뒤로 해서 꽂혀 있는 책들 사이의 간격을 좁혔다. 오래 전에 내가 이 책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자, 한때 수집을 했었다며 관심이 있다면 가져다 보아도 좋아, 라고 했던 윤교수. 이 연구실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 책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었다. 그땐 짐작이나 했겠는가. 내가 미루의 노트를 여기에 꽂게 될 줄을. 내가 책들 사이의 간격을 좁혀서 미루의 노트를 꽂을 자리를 만들고 막 노트의 등이 뒤로 가게 해 꽂으려고 했을 때, 그때껏 나를 보고만 있던 그가 윤아, 잠깐만, 하고 말했다.&#160;
            
        
    


    
        
            
        
    
    &nbsp;

<br />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2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5566</link><pubDate>Thu, 19 Nov 2009 10:1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5566</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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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2회
            &#160;
            
        
        
            
            &#160;&#160;&#160;
            &#160;&#160; 미루 어머니가 빈집의 현관문을 열고 나를 돌아보았다. 내가 자두나무에서 눈길을 거두고 미루 어머니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미루 어머니가 안으로 들어갔다. 음식은 손도 대지 않던 아이가 힘은 얼마나 세든지…… 미루 어머니가 웅얼거렸다. 왜요? 왜? 나는 왜? 라는 질문을 밀어넣느라 입술을 깨물었다.&#160; <br />
            &#160;<br />
            -그앤 거식증이 있었다. <br />
            &#160;&#160; 마치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기라도 한 듯 미루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웅얼거렸다.&#160; <br />
            -언니가 발레를 못 하게 된 걸 미루는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지. 언니가 병원에서 퇴원할 때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게 시작이었다.&#160; <br />
            -……<br />
            -한번 도지면 막을 수가 없었어. 음식은 손도 안 대면서 울기 시작하면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칠 줄을 몰랐다. 집이 쩌렁쩌렁 울렸어.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곤 했었다. 열다섯 이후로는 그런 적이 없어서 다 나은 줄 알았다.&#160; <br />
            <br />
            &#160;&#160; 처음 듣는 얘기였다. 노트에 자신이 먹는 음식을 적어넣는 미루의 행위는,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하는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했던가. 미루 어머니가 거실 안쪽에 있는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문 옆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방바닥이 긁히고 벽지가 찢어지고 장롱이 금이 가고 창틀이 갈라져 있었다.&#160; <br />
            -여기다. <br />
            &#160;&#160; 미루 어머니가 무릎을 접고 방바닥의 긁힌 자국을 손으로 더듬어내렸다.<br />
            -에밀리 짓이다. <br />
            &#160;&#160; 미루의 일이 실감나지 않아 먹먹할 뿐이었는데 에밀리 짓이다, 라는 미루 어머니 말에 한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이곳의 미루 곁에는 에밀리뿐이었나. 나는 안으로 들어가 금간 장롱을 어루만져보았다. 에밀리의 분홍 발톱이 눈앞에 떠올랐다. 긁힌 자국들은 선명한 것도 있었고 흐릿해진 것도 있었으며 아주 길게 뻗어 있는 것도 있었다. 에밀리. 나는 얼른 눈가를 훔쳤다. 에밀리의 발톱에 긁힌 자국들은 에밀리가 온 힘을 다해 미루를 말리려는 행위였을 것이다. 그랬을 것이다. 나는 미루 어머니 곁에 섰다. 우리는 그렇게 긁힌 방바닥을 함께 내려다보았다. <br />
            <br />
            -거미줄투성이인 이 집에 미루가 와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내가 잘못했어. 너희들이 함께 지냈던 서울의 그 집을 팔지 말았어야 했어. 너와 함께 그 집에서 살게 해달라고 애원을 했었지. 그때는 말이다. 그게 미루에게 좋은 일 같지 않았어. 그 집을 팔고 난 후에 미루와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쳐본 적이 없었어. 미루가 나를 외면했다…… 정윤이라고 했지?<br />
            &#160;&#160; 미루 어머니는 나를 윤아, 라고 불렀던 것은 잊은 듯 눈이 흐트러지는 것 같더니 마치 내 이름을 이제 알게 된 사람처럼 정윤이라고 했지? 물었다. <br />
            -네.<br />
            -나는 좋은 엄마 아니었다. 특히 미루에게는.&#160; <br />
            -……<br />
            -그랬다.&#160;&#160;<br />
            &#160;
            &#160;&#160; 미루 어머니는 장롱을 열더니 옷걸이 위 선반에서 상자를 꺼냈다.&#160; <br />
            -그애가 남긴 것들이다.&#160;&#160;<br />
            &#160;&#160; 상자 속에는 미루의 노트와 어디에 붙여놨다가 떼어낸 듯한 접힌 편지들이 수북이 들어 있었다. <br />
            -이 빈집의 벽에다 붙여놓은 것들을 떼어낸 것이다.<br />
            &#160;&#160; 나는 편지들을 살펴보았다. 미루가 그와 나에게 그리고 윤교수에게 쓴 편지들이었다. <br />
            -네가 가져가겠냐? <br />
            &#160;&#160; 미루 어머니는 나를 가만히 보았다. 나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아 있지 않았다. 미루 어머니가 상자를 보자기에 싸는 걸 가만히 바라보는 것 외에는. <br />
            <br />
            &#160;&#160; 돌아오는 길에 미루 어머니가 불현듯 그애는 화장해서 저기에 뿌렸다, 고 했다. 말은 저기라고 하면서 미루 어머니는 상자를 무릎 위에 올려놓고 보자기의 매듭을 풀었다 맸다 하고 있었으므로 저기가 어디인지 나는 가늠할 수가 없었다. 고갤 돌려보니 차창 밖은 산이었다. 눈앞이 뿌예져서 나무들이 보이지도 않았다. 미루가 그 빈집에 가 있는 동안, 거기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는 동안, 에밀리가 안간힘을 다해 방바닥을 긁어대며 미루를 달래보려고 하고 있는 동안 나는 뭘 하고 있었나? 되짚어보니 그와 함께 매일 열풍에 뺨이 붉어져 다니던 때였다. 백만이 넘었다는 인파 속에 섞여 있을 때였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연대해 시청까지 함께 걷고 광장에서 스크럼을 짜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미루는 이 산 밑의 빈집에서 나뭇잎처럼 혼자 바스락대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편지를 써 벽에 붙여놓고 지냈던가보았다.&#160;
            
        
    


    
        
            
        
    
    &nbsp;

<br />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1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3736</link><pubDate>Wed, 18 Nov 2009 10:4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3736</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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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1회
            &#160;
            
        
        
            
            &#160;&#160;&#160;
            &#160;&#160; 미루가 외할머니가 남긴 빈집에 들어가 살고 있었다는 것을 미루의 어머니도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와 내가 거리의 열풍에 휩쓸려다니는 동안 모르고 있었듯이. 사라진 미루는 혼자서 외할머니 댁에 가 있었던가보았다. 그와 내가 이따금 서로에게 미루 소식 들은 거 있어? 묻고 있을 때 미루는 외할머니가 남긴 빈집에서 혼자 지냈던가보았다. 나는 무슨 말인가를 더 듣고 싶었지만 이미 지난일이다, 며 전화를 끊어버렸던 미루 어머니가 며칠 후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미루 어머니는 수화기 저편에서 대뜸 윤아, 라고 불렀다. 그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미루 외할머니 댁에 갈 거다. 함께 가겠냐? 물었다. <br />
            <br />
            &#160;&#160; 미루 어머니가 일러준 대로 내가 미루 집이 있는 도시의 역에 내렸을 때 운전기사인 듯한 사람이 내게 다가와 정윤학생이냐고 물었다. 그를 따라가자 은회색 자동차 안에 미루 어머니가 앉아 있었다. 다른 색이 전혀 섞이지 않은 검은색 옷차림이었다. 누가 봐도 귀부인의 모습이었다. 내가 앞자리에 앉으려고 하자 미루 어머니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키며 여기 앉아, 라고 말했다. 검은 옷 때문인지 미루 어머니 얼굴은 창백해 보였다. 자동차를 타고 미루 외할머니 댁으로 가는 동안 우리는 한 마디도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자동차가 커브를 도느라고 기울어질 때만 미루 어머니는 내 쪽을 보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자동차 시트를 꽉 짚고 있는 내 손을 잡아주었다. 아무 표정도 없는 얼굴이었지만 나를 보호하려는 힘과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그것이 서글퍼 나는 앞만 똑바로 보았다. 앞만 보고 있는데도 미루 어머니의 옆얼굴에 간직된 미루의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오똑한 콧날, 반듯한 이마, 단정한 입술선, 틀어올린 머리를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긴 목. 미루가 나이 들면 저런 모습일 것이다. 자동차가 구부러진 길이나 산굽이를 벗어나면 미루 어머니가 슬며시 내 손을 놓았다. 나를 보곤 했던 시선도 차창 바깥으로 고정시켰다.&#160; <br />
            <br />
            &#160;&#160; 산 밑 동네였다. 집이 세 채밖에 없었다. <br />
            -그애는 이곳에서 할머니처럼 살려고 했던 것 같아. <br />
            &#160;&#160; 역에서 만나 그 집에 도착한 후 미루 어머니가 처음으로 내게 한 말이었다. <br />
            -미루가 모자를 쓰고 품 넓은 바지를 입고 호미를 들고 마당이나 텃밭을 일구고 있는 걸 본 사람들이 있더구나. 깜짝 놀랐더란다. 돌아가신 분이 돌아온 줄 알고. <br />
            <br />
            &#160;&#160; 어느 해 여름에 언니와 함께 외할머니 댁에 갔었어, 하던 미루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미루의 외할머니 댁은 미루가 말했던 그대로였다. 마당에는 감나무 자두나무 앵두나무 들이 서 있었고, 찬장에는 놋그릇과 놋수저들이 놓여 있었다. 헛간에는 나란나란히 정리해놓은 농기구며 공구들이 놓여 있고, 거기 벽에는 미루 외할머니가 생전에 일할 때 쓰거나 입었을 것들이 그대로 걸려 있었다. 모자와 장화와 비옷들이. 여기였던가. 전쟁이 났을 때 갓난아이였다는 미루 엄마를 등에 업고 혼자서 남쪽으로 내려온 미루 할머니가 훗날 다시 돌아가지 못한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과 비슷한 집을 지어놓고 살았다는 곳이. 미루의 언니가 무릎을 다쳐 다시는 발레를 못 하게 되었던 곳이. 미루가 돌아와 마지막을 보냈던 곳이. 나는 수많은 나무들 중 자두나무 아래를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사고가 있던 날 미루 언니가 자두나무 가지를 바처럼 잡고 마지막으로 발레를 했다는 곳이었다.&#160; <br />
            <br />
            -이 집을 없앨 거야.&#160; <br />
            &#160;&#160; 미루 어머니의 공허한 목소리가 들렸다. <br />
            -……<br />
            -그래서 오자고 했다.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미루가 마지막을 보낸 곳이니까.&#160;&#160;&#160;&#160; <br />
            &#160;&#160; 닫힌 현관문을 열려고 뾰족한 것들이라면 모두 열쇠구멍에 넣어보며 열려라, 열려라, 열려라, 주문을 외우고 있었을 어린 미루가 저기 앉아 있는 듯했다.&#160;&#160;
            
        
    


    
        
            
        
    
    &nbsp;

<br />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100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1483</link><pubDate>Tue, 17 Nov 2009 10:11: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11483</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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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100회
            &#160;
            
        
        
            
            &#160;&#160;&#160;
            &#160;&#160; 처음 이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 내 눈에 가장 먼저 띄었던 것은 손으로 만지면 부서져버릴 것 같은 이 오래된 책들이었다. 책등이 뒤로 가게 꽂혀 있어 저자도 제목도 알 수 없는 책들. 나는 미루의 노트를 들고 선 채 여전히 책등이 뒤로 꽂혀 있는 낡은 책들을 손으로 쓸어보았다. 책들은 내게 말을 걸고 있는데 나는 아무 말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책들이 왜 저렇게 꽂혀 있는지 궁금한가? 윤교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윤교수의 책상 쪽을 바라보았다. 그가 추운 얼굴로 내 쪽을 보고 서 있다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br />
            <br />
            -네가 꽂을래? <br />
            &#160;&#160; 그가 내 손에 들려 있는 미루의 노트로 시선을 옮겼다. <br />
            -그 노트를 네가 가지고 있었어? <br />
            -미루 외할머니 댁에 갔었어. 네게 새벽에 전화했던 날. 그날.&#160; <br />
            -거길 어떻게 알고?&#160; <br />
            -미루 어머니를 만나 같이 갔어.&#160; <br />
            -……<br />
            -차마 너에게 알릴 수가 없었어. <br />
            <br />
            &#160;&#160; 그랬다. 차마 그에게 알릴 수가 없어 혼자 길을 떠났다. 돌아와서도 새벽이 되도록 수화기 앞에 앉아 있었다. 결국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리가 쌍둥이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단이를 잃고 그는 미루를 잃은 쌍둥이. 그가 다가와 내가 들고 있는 미루 노트를 받아들었다. 자신이 먹은 음식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일일이 노트에 적곤 했던 미루의 화상입은 손을 우리는 동시에 떠올렸을 것이다. 자신이 무얼 먹었는지 그리 신중하게 적는 사람을 처음 보아서 신기하게 바라보기만 했던 내 모습도 마치 다른 존재인 것처럼 떠올랐다. 우리 셋이 이 노트를 펼쳐놓고 문장 이어쓰기를 하던,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들. 그렇게 함께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가 소중해서 뺨이 달아오르곤 했었지. 미루 언니의 그 사람처럼 갑자기 사라져버린 사람들의 사연들이 이 노트에 빼곡하게 기록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좀더 미루에게 가까이 갔어야 했다. 그랬어야 했다. 그 기록은 미루가 안간힘을 다해 내지르는 비명이었다. <br />
            -네가 꽂아.<br />
            &#160;&#160; 미루의 노트를 넘겨보고 손으로 쓸어보던 그가 다시 노트를 내게 주었다.&#160; <br />
            <br />
            &#160;&#160; 이 노트 때문에 미루의 어머니는 그날 아침 내가 건 전화를 끊지 않았던 것일까. 여보세요? 했다가도 미루라는 이름이 나오기만 하면 미루 어머니는 전화를 끊어버리곤 했다. 나는 미루 생각이 나면 끊임없이 미루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았다. 미루 가족이 미루 이야기로 그 어떤 이들과도 통화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지만 나는 전화를 걸어볼 수밖에 달리 어쩔 수가 없었다. 몇 달 만에 통화가 되었던 그날 아침. 수화기 저편에서 미루 어머니가 여보세요? 했을 때 나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다급히 끊지 마세요, 라고 말했다. 제발 끊지 마세요. 절박한 심정이었다. 침묵이 흐르는 동안 손가락이 쩍쩍 갈라지는 듯 아팠다.&#160; <br />
            <br />
            -누구지? <br />
            &#160;&#160; 침묵을 깨고 미루 어머니가 물었다. <br />
            -정윤이라고 합니다. <br />
            -정윤……<br />
            -……<br />
            -네가 정윤이구나. <br />
            &#160;&#160;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수화기를 두 손으로 꼭 붙들고 네, 제가 정윤입니다, 라고 대답했다.<br />
            -너희들의 노트 읽었다. <br />
            &#160;&#160; 미루 어머니는 미루의 노트라고 하지 않고 너희들의 노트라고 말했다. <br />
            -그 노트는 미루 외할머니 댁에 있어. <br />
            -미루와 통화하게 해주세요.&#160; <br />
            <br />
            &#160;&#160; 미루와 통화하게 해달라고 발음하는 순간 온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갔다. 수화기를 잡고 있는 손에서 땀이 배어나고 힘을 주어 꿇고 있는 양무릎이 벌어졌다.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미루와는 통화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160;&#160;&#160; <br />
            -미루를 바꿔주세요. <br />
            &#160;&#160; 미루의 어머니가 깊은숨을 내쉬었다.<br />
            -어디에 있나요?&#160; <br />
            수화기 저편이 적막해졌다. <br />
            -끊지 마세요. <br />
            -그앤 죽었다. <br />
            -……<br />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br />
            -……<br />
            -내 말 알아듣겠냐? 그앤 죽었어. <br />
            <br />
            &#160;&#160; 나는 수화기를 든 채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았다.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생각했던 타워가 무너져내려 내 옥탑방을 덮치는 것 같았다.&#160;&#160;
            
        
    


    
        
            
        
    
    &nbsp;

<br />
-----------------------------<br />
<br />
* 신경숙 선생님의 연재 100회를 진심으로 축하드리며,&#160;문학동네와 알라딘이 작은 이벤트를 마련하였습니다.<br />
&#160;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160;<br />
<br />
&#160;&#160;: 이벤트 참여하러 가기 &gt;&gt;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99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9565</link><pubDate>Mon, 16 Nov 2009 10:1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9565</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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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99회
            &#160;
            
        
        
            
            &#160;&#160;&#160;
            &#160;&#160; 오래 인기척이 끊겨 있던 윤교수의 연구실에 들어서자 눅눅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와 나는 안으로 들어서다가 멈칫했다. 환기가 되지 않았던 공간에 밴 눅눅한 냄새와 겨울날의 차가운 냉기 때문에. 그가 덜 닫힌 문을 다시 잘 닫고 벽의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막이 걷힌 것처럼 희끄무레했던 연구실이 밝아지자 연구실의 책들이 윤곽을 드러냈다. 최대한 책을 많이 꽂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기능적인 책장 속에 가득 꽂힌 책들이 그와 나를 우두커니 내려다보았다. 언젠가 처음 이 연구실의 문을 노크했을 때 들어오게, 하던 윤교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나는 책 저편 윤교수의 책상을 건너다보았다. 쌓인 책이 저절로 칸막이 역할을 하고 있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았다. 거기 잠깐만 앉아 있게, 윤 교수가 책더미 저쪽에서 얼굴을 보이며 그렇게 말해준다면……나는 내 두 손을 맞잡고 비볐다. <br />
            <br />
            -아무도 없군. <br />
            &#160;&#160; 그런 줄 알고 들어왔으면서도 그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소파 앞에 섰다. 나는 윤교수의 책상 앞으로 다가갔다. 항상 원고와 펼쳐놓은 책으로 어질러져 있던 책상이 텅 비어 있었다. 이 책상을 정리했을 윤교수의 손길이 떠올라 손을 뻗어 책상을 쓸어보았다. 손바닥에 먼지가 묻어났다. 그냥 쓸어보았던 것이 자꾸만 손바닥으로 먼지를 닦게 되었다. 손바닥으로는 안 되겠기에 휴지통에서 휴지를 뽑아내자 거기에서도 먼지가 풀썩였다. 그가 일어서더니 연구실 한쪽에 설치되어 있는 수도꼭지 앞으로 가서 물을 틀었다. 오래 사용하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삐걱 소리가 났다. 그가 반대로 돌렸다가 힘을 주어 다시 돌렸다. 물이 콸콸 쏟아져나왔다. 그가 옷에 묻은 물방울을 툭툭 털어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서더니 곧 허리를 굽혔다. 수도꼭지 아래에 물기 없이 마른 걸레가 담긴 걸레통이 있었다. 그가 걸레를 물에 적신 후에 꽉 짜서 들고 다가왔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가 방금 손바닥으로 닦던 윤교수의 책상을 닦았다. <br />
            <br />
            -이리 줘봐. 내가 할게. <br />
            &#160;&#160; 그는 대답도 없이 윤교수의 책상을 닦는 일에 몰두했다. 마치 책상을 닦으러 온 사람 같았다. 그가 닦아내는 대로 하얀 걸레에 먼지가 묻어나는 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창을 조금 열었다. 찬바람이 쿨렁 연구실 안으로 밀려들어왔다.&#160;&#160;&#160;&#160;&#160;&#160;&#160;&#160; <br />
            -연구실이 이렇게 무사해서 다행이야. <br />
            -언젠가는 돌아오실 테니까. <br />
            &#160;&#160; 그가 언젠가, 라고 발음했다. 언젠가…… 나는 그가 내뱉은 말을, 책상을 닦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언젠가…… 언젠가. 그는 윤교수의 책상을 다 닦고 의자 위에 올려져&#160; 있는 방석을 들어내고 의자도 닦았다. 방석의 먼지를 툭툭 털어내고 다시 그 자리에 내려놓고는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다. 그러고 있는 그의 얼굴이 까칠했다. 그가 어제 전화를 걸어온 시간은 새벽 네시가 지나서였다. 술을 마셨는지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어디야? 물었으나 그의 대답을 제대로 들을 수도 없었다. 그런 일은 빈번해서 이제는 다음날 만나도 어제는 어떻게 된 거야? 라고 물을 수가 없었다. 지하철을 탔는데…… 잠이 들었나봐, 하고 말 것이다. <br />
            &#160;<br />
            -춥지 않아? <br />
            &#160;&#160; 그가 물었다.<br />
            -추워. <br />
            &#160;&#160; 윤교수의 책상과 의자에 쌓여 있는 먼지를 깨끗이 닦아내고 그가 내가 열어놓은 창을 닫고는 블라인드를 손가락으로 들치며 바깥을 내다보았다. 창밖엔 아무도 없을 것이다. 내게 등을 보인 채 그가 물었다.&#160;&#160;&#160; <br />
            -여긴 왜 오자고 한 거야?<br />
            -미루 노트 여기에 꽂아두려고. <br />
            &#160;&#160; 나는 가방을 열고 미루의 두꺼운 노트를 꺼내들고 책등을 안으로 해서 꽂아놓은 책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블라인드를 놓고 내 쪽을 보았다.&#160; 
            
        
    


    
        
            
        
    
    &nbsp;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98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4747</link><pubDate>Fri, 13 Nov 2009 10:56: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4747</guid><description><![CDATA[



































<!--
.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98회
            &#160;
            
        
        
            
            <br />
            8장<br />
            &#160;&#160;
            우리가 불 속에서 잃은 것들 <br />
            <br />
            <br />
            
            &#160;
            &#160;
            &#160;
            &#160;<br />
            &#160;&#160; 평온했던 거리에 느닷없이 폭풍이 일고 소란스럽게 툭탁거리며 우박이 내리쳤다. 사람들은 황급히 외투나 서류가방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전염병을 만난 듯 사방의 문과 상점 차양 밑으로 사라졌다. 놀랍게도 인도가 순식간에 텅 비었다. 나는 방금 신호가 바뀐 건널목을 혼자 건넜다. 우박이 아스팔트와 달리는 차체 위로 튀며 유리잔 깨지는 소리를 냈다. 길을 건너자 우박을 피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퍼져 있던 무표정이 일시에 사라지고 없었다. 꼼짝없이 발이 묶여 긴장한 표정으로 차양 밑으로 피한 사람들을 비웃듯 우박은 또 순식간에 기세를 낮추더니 완전히 멈췄다. 낮잠 속의 짧은 꿈처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언제 우박이 쏟아졌나 싶게 건물들 사이로 다시 햇빛이 비집고 들어와 반짝였다. 그래도 사람들은 선뜻 인도로 나오지 못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그냥 걸어가고 있는 나를 주시했다. <br />
            <br />
            &#160;&#160; 겨울 방학 중인데다 날이 추워 학교는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벌써 대극장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나를 발견하자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추운지 얼굴이 새파랬다. 목도리도 장갑도 없이. <br />
            -구했어? <br />
            &#160;&#160;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br />
            -그런데 윤교수님 연구실 열쇠는 왜?<br />
            -미루 노트 가져왔어. <br />
            &#160;&#160; 나를 보면 항상 먼저 웃던 그가 물끄러미 나를 보기만 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었다. 미루 이야기를 할 때 그 앞에서 더듬거리지 않기로 했으니까. <br />
            -일단 연구실로 가.<br />
            &#160;&#160; 앞서려는 그의 팔을 잡았다. 그는 주머니 속에서 손을 빼지 않고 있었다. 나는 장갑을 벗어 내 가방 안에 넣고 그의 외투 주머니 속에 내 손을 밀어 넣었다. 그의 손이 거기 있었다. 내가 그의 손을 찾아 쥐자 그의 손이 움칫하는 것 같았다. <br />
            -내가 어제도 전화 했었지? <br />
            &#160;&#160;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손을 꼭 쥐었다.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은 이미 너무 많이 한 말이었다. 그가 전화를 하는 것은 괜찮다. 언제 어느 시간에 전화를 하든 상관없다. 그가 전화를 하고 있는 그곳이 어디인지만 내가 알 수 있다면. 내가 거기 어디야? 라고 물으면 그 자신조차도 자신이 서 있는 곳이 어디인 줄 모르고 있는 때가 자주 있었다. 그가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하면 전화가 끊겨버리기도 했다. 우.리.는.언.제.나.괜.찮.아.질.까? 내 손이 작아 그의 손을 다 감쌀 수가 없었다. <br />
            <br />
            &#160;&#160; 윤교수 연구실로 가는 길의 아름드리 느티나무는 겨울날에도 푸른 모습으로 거기에 서 있었다. 그가 느티나무 쪽을 뒤돌아보았다. 나도 그쪽을 바라보았다. 늘 오가는 학생들로 붐비던 느티나무는 겨울바람 속에 홀로 서 있었다. 언젠가 이 자리에서 이렇게 뒤돌아보았을 때 내 눈 속에 쏘옥 들어왔던 풍경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책을 손에 든 채로 느티나무 밑을 걸어오던 미루. 윗몸을 안으로 오므려서 둥글어진 어깨를 더 둥글게 말아 마치 자신의 심장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던 미루의 걸음걸이. 하얀 면 재킷 아래 받쳐입은 짙은 푸른 바탕에 흰 잔꽃 무늬 플레어 치마. 뒤에서 불어오는 바람결에 치마가 부풀어올랐다가 가라앉던 그 순간이 섬광처럼 되살아나 주머니 속 그의 손을 꼭 쥐었다. 아마 그순간 그도 미루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160; <br />
            <br />
            &#160;&#160; 그가 윤교수의 연구실 앞에서 열쇠를 꺼내려고 할 때에야 그의 주머니 속에서 내 손을 뺐다.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문을 따고 있는 그 옆에 서서 연구실 문을 똑똑 두드려보았다.&#160;
            
        
    


    
        
            
        
    
    &nbsp;

&#160;]]></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97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2653</link><pubDate>Thu, 12 Nov 2009 10:17: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2653</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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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97회
            &#160;
            
        
        
            
            &#160;&#160; 일요일. 미루가 살았던 곳으로 가보았다. 미루 방에 가볼 생각을 왜 이제야 했는지 모르겠다.&#160;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다리를 절고 있는 사십대 여자였다. 혼자 사는 듯했다. 눈 근처에 주름이 많이 진 여자는 미루라는 이름을 알지도 못했다. 방을 구하러 왔을 때는 빈방이어서 바로 계약을 하고 곧 이사를 했으며 그게 지난봄 일이라고 했다. 고양이를 키웠나요? 라고 물었다. 에밀리. 지금까지도 고양이털이 나오네요, 여자가 말했다. 질책하는 말투가 아니라서 네, 털이 많은 고양이였어요, 라고 대답했다. 여자와 헤어지고 계단을 올라와 멍하니 서 있었다. 미루는 에밀리를 데리고 어디로 간 것인가. 한마디 말도 없이 이사까지 하다니. 미루와 내가 모르는 사이 같은 느낌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여자는 계단을 한 칸 한 칸 올라왔다.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아직 안 갔네, 했다. <br />
            -이름이 미루라고 했죠? <br />
            -네. <br />
            -그 사람이 여기 살았어요? <br />
            &#160;&#160; 여자가 쓰레기를 내려놓으며 미루에 대해 호기심을 나타냈다. 내가 그렇다고 하자 여자는 저것도 미루라는 사람이 심었나요? 라고 물었다. 여자가 가리키는 쪽에 푸른 백합순이 우거져 있었다. 지상에 심어진 것이지만 지하 방을 비춰주는 위치였다. 미루가 그곳으로 이사했을 때 방이 어두워 내가 궁리 끝에 심어놓은 것이었다.<br />
            -만나면 전해줘요, 내가 잘 돌보고 있다고. 지난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 때 저 백합만이 방 안을 환하게 비췄어요. 백합을 심어놓은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어요. 꽃이 피어 있는 동안 행복했거든요. 주인한테 물었더니 이전에 살았던 사람이 심은 거라고 하더군요. 그 사람이 미루군요. 미루! <br />
            &#160;&#160; 여자는 쓰레기봉투를 내려놓은 손을 탁탁 털며 내가 미루이기라도 한 듯 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목례를 했다.&#160;&#160;&#160;&#160; <br />
            <br />
            &#160;&#160; 잡지사 사무실 책상 위의 전화벨이 새벽 내 울렸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누군가를 찾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모르는 곳에서도 서로를 찾는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는 생각. 한번 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침낭 지퍼를 열자 희미하게 들리던 전화벨 소리가 공명음처럼 귓가에 울려퍼졌다. 허물을 벗듯 침낭 속에서 빠져나와 전화기 옆으로 갈 때까지도 전화벨은 계속 울렸다. <br />
            -Hello……? <br />
            -……<br />
            -I would like to talk……<br />
            &#160;&#160; 외국 남자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렸다. <br />
            -I have to seek for Glenn.<br />
            &#160;&#160; 대체 왜 여기로 전화를 해서 글렌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지. 무슨 말을 해주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질 않았다. 그사이 남자는 I have to seek for Glenn, 간절히 외치듯 다시 말했다. 내가 수화기를 쥔 채로 I don't know…… 하는 사이 뚜뚜 신호음이 울리더니 전화가 끊겼다. 수화기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침낭 속으로 들어가려는데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나는 글렌을 모른다고 말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얼른 전화를 받았으나 끊어져버렸다.&#160;&#160;<br />
            <br />
            &#160;&#160; 나는 또 글렌을 찾는 외국 남자의 전화인 줄 알았다. 그때와 비슷한 시각인 새벽에 전화가 걸려왔기 때문이다. 다급하게 들렸던 그 목소리가 생각나서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정윤이었다. 내가 여보세요, 하자 윤이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그.쪽.으.로.갈.까? 물었다. 그 말은 줄곧 내가 윤에게 하던 말이었다. <br />
            -무슨 일이야?&#160; <br />
            &#160;&#160; 시계를 들여다보니 새벽 세시였다. 정윤의 숨소리만이 수화기를 타고 전해졌다. 온종일 정윤과 소식이 닿지 않았던 하루였다. 자정이 다될 때까지도 정윤의 옥탑방으로 전화를 걸었었다. 무슨 일인가. 나는 정윤에게 내가 그쪽으로 갈게, 라고 말했다.&#160; <br />
            -아니. <br />
            &#160;&#160; 정윤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했다.&#160;&#160; <br />
            -나는 숨기지 않을 거야. 말할 거야. <br />
            &#160;&#160; 새벽인데도 수화기를 쥐고 있는 손에 땀이 뱄다. 무슨 얘긴데? 라고 물을 수가 없었다. 나는 윤이 하려는 얘기가 미루 이야기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br />
            <br />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_명서의 노트 7.<br />
            
            
        
    


    
        
            
        
    
    &nbsp;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96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0732</link><pubDate>Wed, 11 Nov 2009 09:54: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200732</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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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_txt { color: #000000; font-size:9pt; font-family:"바탕"; line-height:200%; text-align:justify;}
-->
&#160;

    
        
            
            제96회
            &#160;
            
        
        
            
            &#160;&#160;&#160;<br />
            &#160;&#160; 가끔 미루의 집으로 전화를 했다. 미루로부터 팔 개월이 지나도록 전화 한 통 엽서 한 장 없다. 전화는 아무도 받지 않거나 이따금 미루 어머니가 받았다. 얘기를 나눌 수가 없었다. 미처 인사를 다 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버렸다. 다시 걸어보았지만 또 끊기곤 했다. 잠시 쉬었다가 전화를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땐 오랫동안 벨이 울려도 방금 전화를 받았던 미루 어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br />
            <br />
            &#160;&#160; 거리는 조용해졌다. 무엇인가 이루어질 것 같은 열기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윤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때 각자의 내부에서 신뢰가 싹트는 것 같던 그 기분. 거리에서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연대는 그 기분을 일깨워주곤 했었다. 우리가 바꾸고자 했던 것은 제자리걸음이 되었다. 우리의 연대도 하나의 현상으로 남았을 뿐이다. 무엇도 변화시키지 못한 채 함께했던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160;&#160;&#160;&#160;&#160; <br />
            <br />
            &#160; 맹꽁이 형이 편집장으로 있는 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신간 정보나 책 서평이 주를 이루는 잡지였다. 이따금 카메라를 들고 서점에 나가 책 표지 사진을 찍어왔다. 삼촌네 집과 잡지사의 거리가 멀어 사무실 한켠에 삼촌의 침낭을 가져다놓았다. 맹꽁이 형이 사무실에서 잘 거냐고 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언제까지 견디나 두고 보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내 어깨를 툭툭 쳤다.&#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 짧은 꿈같은 연대 뒤로 혼곤함이 길게 남았다. 열풍에 아름다이 휘둘린 사람들일수록 기진맥진한 모습이다. 어디에나 침묵이 내려앉았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의 노상은 텅 비었고, 서로 마주치면 쓴웃음을 지으며 얼굴을 돌렸다. 물결을 이루며 쏘다녔던 거리. 땡볕의 보도블록 위를 묵묵히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충만감은 어디로? 신촌로터리에서 만나 아현동을 지나 서소문을 지나 시청으로 향하던 그때의 그 열기와 그 존재감은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오늘은 시청을 지나다가 정윤과 광장에 잠시 앉아 있었다. 정윤이 시청 벽에 기다랗게 붙어 있는 연통을 가리켰다. <br />
            -저 연통을 타고 시청 위로 올라가던 사람 생각나? <br />
            <br />
            &#160;&#160; 생각난다. 사람들이 몰리자 시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은 죄다 닫혀버렸다. 그가 누구인지는 그때도 지금도 알 수 없다. 다음날 신문에서 연통을 타고 오르고 있는 그의 사진이 실려 있는 걸 보았다. 그가 모르는 사람이었어도 우리가 되어 그곳에 함께 있었다. 모르는 사람인데도 믿음직스럽게 여겨지게 하던 그 열기. 그는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연통을 타고 시청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숨을 죽였다. 아슬아슬하게 그를 지켜보았다. 그가 연통을 타고 올라가 시청 옥상에 발을 디디자 모두들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를 향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가 외치는 구호를 따라 외쳤다. 나도 정윤도. 덕수궁 돌담 위,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계단, 가로수로 심어진 은행나무 위까지 올라가 앉아 있던 사람들도.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무엇인가 이뤄낼 것 같았던 광장에서의 외침들이 벌써 추억이 되다니. 부풀어오르던 열망의 자리엔 공허와 무력감이 남았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일이 있어, 사람들의 얼굴에 체념이 어렸다. 뿔뿔이 흩어짐으로써 우리의 연대는 소모전이 되어버린 것인가. 그런 느낌이다.&#160;&#160; <br />
            <br />
            &#160;&#160; 정윤에게서 미루 어머니가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조차 다 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린다는 말을 전해듣는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 들었다. 정윤은 분명 미루 어머니가 전화를 끊어버린다, 고 했다. 나는 전화가 고장이 난 줄 알았다. 왜 나는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전화가 끊어진 게 아니라 미루 어머니가 전화를 끊은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160;&#160;&#160;&#160;&#160;&#160;&#160;<br />
            
            
        
    


    
        
            
        
    
    &nbsp;
]]></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제95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198664</link><pubDate>Tue, 10 Nov 2009 10:23: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198664</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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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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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160; <br />
            &#160;&#160; 1번 2번은 쇼팽의 야상곡에 견주어지곤 합니다. 3번은 먼저 가곡으로 만들어지고 다음에 피아노곡으로 편곡되었습니다. &lt;사랑의 꿈&gt;이 끝나고 DJ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함께하는 모든 순간들을 축제로 받아들이지요. 그래서일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혼자 아름다운 것을 보는 것도 미안하지요. 그 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져서요. 그게 사랑의 마음일 겁니다.&#160;&#160;&#160; <br />
            <br />
            &#160;&#160; 요즘 우리는 열풍 앞에 서 있다. 시위하던 사람들에 섞여 거의 매일 거리에 나와 있다. 정윤도 함께. 우리는 스크럼을 짜고 신세계백화점 쪽으로 행진해 시청 쪽으로 나아갔다. 이렇게 함께하고 있으면 무엇인가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함께 있으면 모르는 사람들이 내미는 손을 잡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흩어지게 되어 정윤의 손을 놓치면 나는 다시 찾아 잡았다. 이 연대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가치의 기준을 정하지 못하고 이 현상과 저 현상 사이에서 헤매는 것을 멈추고 싶다. 지금은 이 연대감만이 힘으로 여겨진다. 거리에 나와 있으면 두통 같은 안개는 걷히고 한없이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나락도 걷히는 듯하다.&#160;&#160;&#160; <br />
            <br />
            &#160;&#160; 정윤의 사촌언니는 여자아이를 낳았다. 곧 백일이라고 한다. <br />
            &#160;<br />
            &#160;&#160; 꿈을 꾸었다. <br />
            거기가 어디였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강 앞에 서 있었다. 저편으로 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다. 사방은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안개가 가득했다. 강 저편으로 어찌 건너가야 할지 알 수 없어 서성거리고 있는데 집 한 채가 나타났다. 그 집 앞 강가 쪽에 나룻배가 한 척 매여 있었다. 뱃사공이 사는 집이라 여기고 반가움에 문을 두드렸으나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문을 밀어보았더니 스르르 열렸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마루에 방금 읽다 만 책이 한 권 있어 펼쳐보았다. 꿈속에서는 분명하게 책을 읽기까지 했는데 깨어나보니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한참을 기다려도 배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나는 강가에 놓여 있는 배에 올라탔다. 노를 저어보았다. 물살이 갈라지고 배가 앞으로 나아갔다. 배가 나아가자 안개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안개를 밀어내는 기분이었다. 노를 저어 강을 반쯤 건너왔을 때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짙었던 안개가 거의 걷혔다. 이상한 일이었다. 안개가 걷힌 뒤로는 내가 아무리 힘을 들여 노를 저어도 배가 더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배가 강물 위에 붙박인 듯했다. 그때 어디선가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절박한 목소리였다. 사방을 휘둘러보니 배가 처음 묶여 있던 곳에서 누군가 나를 향해 손짓하며 외치고 있었다. 거리가 너무 멀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지만 그는 제발 강을 건너가게 해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미 반이나 건너온 길을 돌아갈 수는 없었다.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만 했으면 돌아볼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건너가야 할 강 저편을 향해 노를 저어봐도 여전히 배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그를 실어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려던 것을 멈추고 그가 있는 쪽을 향해 노를 젓자 배가 다시 물결을 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br />
            <br />
            &#160;&#160; 내가 꿈 이야기를 하자 정윤이 왜 강을 건너가려고 했는데? 물었다. <br />
            -모르겠어. <br />
            -강을 건너가려고 했다면서?<br />
            -길을 가고 있는 중인데 강이 가로막으니까 건너야 된다고 생각한 거지. <br />
            -잘 생각해봐. 네가 배 주인 아니었어?&#160; <br />
            -내가? <br />
            -그래.<br />
            <br />
            &#160;&#160; 내가 배 주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 나는 내가? 다시 한번 반문하다가 물끄러미 정윤을 바라보았다.&#160; <br />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그 빈집은 네 집이었는지도 모르지. 배도 네 배였는지도. 너는 강을 건너가는 사람이 아니고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었는지도 몰라. 너만 그걸 모르고 있었던 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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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item><item><author>알라딘연재소설</author><category>연재소설</category><title>[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94회</title><link>http://blog.aladdin.co.kr/somewhere/3196700</link><pubDate>Mon, 09 Nov 2009 10:35:00 +0900</pubDate><guid isPermaLink="false">http://blog.aladdin.co.kr/somewhere/3196700</guid><description><![CDATA[&#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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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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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160; 정윤과 껴안고 있는데 초콜릿을 처음 먹었을 때가 생각났다. 학교 뒷담에 한 사람이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나 있었다. 거기로 빠져나가면 작은 가게가 있었다. 어느 날 공부가 하기 싫어 친구들과 그 구멍을 통과해 학교를 빠져나갔다.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누군가 초콜렛이다! 소리쳤다. 처음 보는 과자가 칸칸으로 나뉜 채 진열되어 있었다. 한 조각이 다른 과자 한 봉지 값이었다. 우리는 돈을 모아 몇 조각을 사서 조금씩 나누어 입에 넣어봤다. 초콜릿을 알아본 친구가 기가 막힌 맛이라고 해서 잔뜩 긴장한 채로. 초콜릿은 매끄럽게 아무 거리낌 없이 혀에 사악 녹아들었다.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다니. 그 자리에서 그대로 내 몸이 굳는 줄 알았다. <br />
            <br />
            -우리 오늘을 잊지 말자.<br />
            &#160;&#160; 내가 정윤에게 했던 말을 정윤이 내게 했다. 나를 껴안고 있는 정윤의 팔을 풀고 내가 정윤을 껴안았다. 정윤의 체온이 내게 전해졌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내가 정윤에게 오늘을 잊지 말자, 고 말했던 순간들. 영원히 그 순간에 머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상실감 때문에 겨우 찾아냈던 말이었으므로. <br />
            <br />
            &#160;&#160; 새벽마다 전화가 걸려온다. 오래 전화벨이 울려 받으면 전화는 끊어지곤 한다.&#160; <br />
            <br />
            &#160;&#160; 정윤에게 새벽마다 걸려오는 전화에 대해서 얘기하자 정윤의 눈이 커졌다. <br />
            -나도 그래. <br />
            -너한테도? <br />
            &#160;&#160; 정윤이 받으면 끊어버린다고 했다. 우리는 암담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침묵이 흐른 후에 정윤이 혹시 미루일까? 물었다. 미루가 전화를 걸어서 왜 끊겠느냐고 물으니 정윤이 그건 그래, 힘없이 응수했다. 정윤은 미루와 이렇게 오래 연락이 끊긴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없었다. 미루가 부모님 집에 갔을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전화를 해보았다. 미루 어머니가 명서냐? 하고는 오히려 내게 미루 소식을 듣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미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160;&#160;&#160;&#160;&#160;&#160;&#160; <br />
            <br />
            &#160;&#160; 일본의 존경받는 근대 작가라고 할 수 있는 나쓰메 소세키는 국비 장학생으로 영국 유학을 갔다. 영국에 건너가 보게 된 풍경으로 인해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그는 한때 신경쇠약에 걸렸다. 훗날 소설가가 된 그는 소설에 전념하기 위해 명예로운 직책이었던 동경제국대학의 교수직을 그만두었다. 그에게 소설쓰기는 어쩌면 정신적 외상을 안겨주었던 근대의 충격을 받아들이고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말년에 그는 오전에는 영문학을 공부하며 터득한 근대소설을 쓰고 오후에는 한시를 지었다고 한다. 하루의 시간을 나누어서 동양과 서양을 오갔다고도 볼 수 있다. 이것으로 그가 지닌 교양의 넓이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겐 어느 쪽으로도 침몰되지 않기 위한 정신적인 고투로 여겨졌다. <br />
            <br />
            &#160;&#160; 잠시 후에 들으실 곡목은 리스트의 피아노 곡 &lt;사랑의 꿈&gt; 3번입니다. 리스트는 세 개의 피아노곡을 모아서 ‘사랑의 꿈’이라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br />
            <br />
            &#160;&#160; 언젠가 미루와 함께 들었던 음악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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