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헤더배너

이 책의 한 문장

중국의 근대적 산업화의 기원을 찾고 싶었다. 대신 그 끝의 시작을 발견했다. 2011년 여름, 탄광도시 푸순(撫順)을 처음 방문했다. 그전부터 나는 약 한 세기 전 일본 기술관료들이 개발한 어마어마한 푸순 노천광에 관한 역사적 사진과 문헌을 접했다. 현장은 기계가 만든 광대하고 공업화한 풍경이었다. 바위를 깎고 땅을 파내 구멍을 만드는 대형 굴착기, 전기 및 증기 동력삽, 그리고 덤프트럭. 1928년에 푸순을 찾은 일본 시인 요사노 아키코(與謝野晶子, 1878~1942)는 노천광을 “마치 하늘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열어젖힌 지상의 괴물과도 같은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형상”이라고 묘사했다. 내 눈으로 보기에도 푸순 탄광은 과연 대단했다.

탄소 기술관료주의. 빅터 샤우 지음, 이종식 옮김

나는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의 다양한 유산을 휴머니즘을 만들어낸 맥락과는 심오하게 다른 역사적 맥락 안에 재위치시킨다고 본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단순히 평등주의적 운동이기만 해서는 안 되고, 변혁적이어야 한다. (2장)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로지 브라이도티 지음, 윤조원.이현재.박미선 옮김

다 먹고 난 다음에 남자는 묻는다. “그래 너희는 어디 출신이야? 어디 잡종 개들이야?” 샘의 몸이 뻣뻣해진다. 루시는 가까이 다가가 샘의 어깨에 손을 얹을 준비를 한다. 다른 사람보다 오래 걸리긴 했으나 이 사람도 결국 똑같은 것을 묻는다. 루시는 그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다. 바와 마는 확실히 대답을 안 했다. 옛이야기와 섞어서 에둘러 말했다. 리 선생님의 책에는 나오지 않는 반쯤 진실인 이야기가, 마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다가 결국 갈라지게 만드는 그리움과 뒤섞였다. 여기에는 우리 같은 사람은 없지, 마는 서글프게 말했고 바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우리는 대양을 건너왔어, 마가 말했다. 우리가 최초야, 바가 말했다. 우린 특별해, 바가 말했다.

그 언덕에는 얼마나 많은 황금이. C 팸 장 지음, 홍한별 옮김

공적 영역, 정치권력, 경제권력이라는 제목으로 논의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 문화를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기술혁신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은 인류가 이미 경험한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도록 기술을 통제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민주주의의 물질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떤 종류의 민주적 시민권이 가능한지 그리고 궁극적으로 미래 민주주의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간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따라서 민주적 문화와 기술을 통합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

AI 시대의 정치이론. 마티아스 리스 지음, 박성진 옮김

낡은 아이오와 하우스 호텔 주변에는 강변을 따라 넓은 들판이 펼쳐진다. 낮에는 들판과 반대 방향으로 걸었지만, 밤이 되면 들판으로 들어갔다. 너무 고요해서 그곳에서라면 삶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난 끝없이 들판을 걸어보고 싶다. 반대 방향으로 걸었을 때 우연히 진짜 삶을 발견하게 되어 지금까지의 삶을, 그리고 앞으로의 삶을 전혀 다르게 바라보게 될지도 모르니까. 한국과 정반대에 있는 어느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유를 발견한 것과 같이. 그것은 들판이 내게 준 것이었다.

삶의 반대편에 들판이 있다면. 문보영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