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근대적 산업화의 기원을 찾고 싶었다. 대신 그 끝의 시작을 발견했다. 2011년 여름, 탄광도시 푸순(撫順)을 처음 방문했다. 그전부터 나는 약 한 세기 전 일본 기술관료들이 개발한 어마어마한 푸순 노천광에 관한 역사적 사진과 문헌을 접했다. 현장은 기계가 만든 광대하고 공업화한 풍경이었다. 바위를 깎고 땅을 파내 구멍을 만드는 대형 굴착기, 전기 및 증기 동력삽, 그리고 덤프트럭. 1928년에 푸순을 찾은 일본 시인 요사노 아키코(與謝野晶子, 1878~1942)는 노천광을 “마치 하늘을 향해 커다란 아가리를 열어젖힌 지상의 괴물과도 같은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형상”이라고 묘사했다. 내 눈으로 보기에도 푸순 탄광은 과연 대단했다.
탄소 기술관료주의. 빅터 샤우 지음, 이종식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