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
-
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에세이도 아니고 서평을 쓰면서 내 자녀관을 열거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 책을 말하자면 그 얘기부터 해야 될 것 같다. 내 나이 스물 여덟. 나는 6년째 사귀는 애인이 있지만 아직 미혼이고 결혼 계획은 더군다나 없고 세상 모든 여자가 생의 안정적 선택과 행복을 위해 결혼을 꿈꾼다면 나는 좀 다르게 살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사람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결혼보다 유학이 더 고픈, 안정된 삶보다 도전적인 삶을 꿈꾼다. 그렇다고 결혼을 안하겠다거나 결혼이 나쁘다거나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저 가정이란 테두리에서 여자가 해야 하는 아내와 엄마 노릇을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나는 것 뿐. 그치만 나도 언젠가 내게 생길 아이를 꿈꿔 보기는 한다. 순전히 내 욕심과 상상, 즐거움으로 기능할 뿐이지만. 예쁜 딸을 낳아서 무용이나 피아노, 그림을 시켜보고 싶다는 꿈을 꾼 적이 있다. 그저 예쁘고 창의적으로 자라나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로지 내 기대만으로 이루어진 꿈이지만 어쩌면 진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품었다. 하지만 내가 낳았다고 해서 자녀의 인생이 어디 내 것인가. 지금보다 좀 더 어릴 때 했던 철없는 생각은 어느새 접히고, 문득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나는 그 아이의 모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 세상은 태어나 먹고 자는 걸로 다가 아니니까. 나는 내 능력과 힘과 지혜를 더 기르고 싶어졌다.
[굿바이 사교육]은 어느 한 사람이 본 사교육 세상을 서술한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일가견 있는 7명의 글을 한데 모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에서 기획한 모음집이다.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라는 부제가 달려있기도 하다. 처음에 나는 당황했다. 사교육은 나와 전혀 상관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책이라 해도 주인을 잘못 찾아왔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알아서 나쁠 건 하나도 없다. 관심 반, 무관심 반으로 읽어나가기 시작했는데 세상에, 너무 재밌는 거다. 학부모에게는 정말 구세주와도 같은 책이다. 교육의 제도, 구조, 시기, 방향, 정책, 방법까지 넘나들며 학부모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니, 더불어 교육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도 우리나라 교육의 전반적인 매커니즘을 훑어주니 이건 절대로 시간 낭비가 아니다. 오히려 가뭄에 단비 내리는 느낌이다. 물론 교육은 정책이나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크다. 그리고 한 번 잘못된 방향을 타버리면 되돌리는 방법을 알아도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나 인생에 한 번 뿐인 아이들의 인생을 뒤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실패라는 게 허용되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다. 시범으로 이리저리 정책을 바꾸면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본단 말이다. 물론 그 아이들의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교육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더욱 확고한 기준과 올바른 지도가 필요한 영역이다. 우리나라의 사교육.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파악할 수 있지만 고쳐지지 않는 고질병. 그건 고질병 말고는 다른 단어로 설명 불가능하다.
지금 이 책에서 설명하는 정책과 구조, 사회전반의 분위기는 내가 자녀를 낳아 기르고 있을 쯤엔 전혀 다르게 변해있을 수도 있다. 이건 좀 희망사항이긴 한 문제지만 그만큼 교육정책과 방향이 갈팡질팡 두서가 없단 말이다. 높으신 분들은 일단 이렇게 해보고, 안되면 또 저렇게 해본다. 그 와중에 사교육만 드세지고 엄한 사교육비에 가정이 휘청거리고 소통과 빈곤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뿐만 아니다. 사교육을 담당하는 학원만 호황이다. 그런데 학원은 또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이렇게 열거하기 시작하면 교육의 문제점은 끝도 없다.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문제는 결국 정책과 구조, 공교육의 문제가 된다. 공교육이 똑바로 자리잡지 못하니까 사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국가 정책이 갈대 같다보니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된다. 돈이 줄줄 새어 나갈 수 밖에 없다. 영어 조기교육은 정말 아쉬운 점 중에 하나다. 국제화 시대에 너도나도 영어를 배우는 건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 말로도 표현력이 어색한 미취학 아동을 영어캠프에 보내고, 그보다 좀 더 자란 초등학생을 남들이 다 간다는 이유로 영어연수를 시킨다. 부모가 그 정도 과용 능력이 있으면 또 어느 정도 괜찮다. 그런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 문제는 순환된다. 사교육, 사교육, 사교육이 문제라는 말은 여기서 생겨난다.
학창시절을 10년 정도 지나보니 이제 알겠다. 공부란 게 일단 머리나 실력보단 끈기와 집념이 먼저 필요한 영역이라서 처음부터 공부에 흥미가 없는 아이에겐 학원이나 연수보다 공부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학고, 외고 하더니 이젠 중학교도 시험 봐서 들어간단다. 공부를 잘하고 좋아해서 성적이 뛰어난 아이라면 뒷바라지를 하는 게 마땅하지만 세상에 획일적인 공부 말고 다른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학창시절이 알려주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게 없다. 공부 잘하면 좋은 대학 가고, 대기업 가고, 결혼도 잘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서 부모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자녀에게 공부를 강요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라지 않았다. 공부를 잘하면 나중에 보상받을 일이 있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았지만 나는 공부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고 잘하지도 않았다. 후회되는 부분이 있긴 해도 공부에 대해 아쉽진 않다. 공부도 못하고 다른 것도 못하는 아이였단 게 좀 후회스러울 뿐. 나도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홀든처럼 학교를 때려칠 용기라도 있는 아이였음 좋았을 걸 싶을 뿐. 이 책을 보다보니 우리나라와 미국, 유럽의 교육제도를 비교하는 도표가 인상적이었다. 파리에 갔을 때 아는 분이 타국생활은 외롭고 힘들지만 언젠가 자녀를 프랑스에서 학교 다니게 하고 싶다고 하던 말이 떠올랐다. 공부는 하려는 사람에게 시키고, 그것도 좋아하는 공부를 하게 하고, 나머지는 또 나머지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교육은 어디 없을까? 교육을 말하는 건 끝이 없을 것 같다. 좀 엄한 구석으로 튀는 듯한 발언이지만 능력을 길러 돈을 왕창 모은 다음 프랑스로 이주해야 할 것 같다. 다른 건 모르지만 유럽 몇몇 국가의, 특히 요즘 유행하는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진짜 솜사탕 같은 달콤함이다. 너무 부럽다. 제발, 이 땅의 학부모들이여, 정부 정책에, 사교육 방식에, 옆집 아이 영어연수에 기죽지 말고 나만의 반듯한 기준으로 자녀를 길러보자. 하나 둘씩 실천하다보면 정부도, 사교육 시장도, 옆집 부모도 핀란드식으로 바뀔지 어떻게 아나. 하여튼 먹을거리도 돈, 교육도 돈, 무조건 돈돈돈 하는 이익에 급급한 세상이 인류의 모든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