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 운전사 
에트가 케렛 지음, 이만식 옮김 / 부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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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있을 법한 이야기를 허구로 서술한 것이라고 배웠다. 이 소설은 별로 있을 법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소설의 정석과 어긋난다. 상상은 발칙하고 대담하다. 기발하고 초현실적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얘기하고 싶은 바는 비현실이 아닌 ‘초현실’이다.
‘뭐, 이런 말도 안 되는 얘기가 있어!’라고 책을 덮어버리고 싶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 사는 이 세상은 이 책보다 더 요지경이다. 말도 안 되는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 세계에서 때로는 비현실이 오히려 현실적이 된다. 그렇다고 무규칙적으로 쓴다면? 그건 궤변일 테다. 현실을 반영하는 일은 그래서 어렵다. 있을법 하되 진부하지 않은 새로움과 이야기가 왜 세상에 나와 빛 볼 가치가 있는지 담고 있어야 한다.

이 책은 현실의 소중한 가치를 초현실에서 데려와 안겨준다.

<신이 되고 싶었던 버스운전사>는 표제작인 만큼 강렬한 여운이 남는다. 늦게 달려오는 이에게 결코 문을 열어주지 않는 버스 운전사가 자신의 일정한 규칙을 깨고 한 청년에게 문을 열어준다. 청년이 운전사로 하여금 신이 되고 싶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한 것. 그는 운전사의 큰 결심에 따른 배려에도 불구하고 여자친구에게 바람맞고 다시 운전사가 기다려 준 버스를 타고 돌아간다. 신이 되겠다는 초현실적인 꿈을 잊고 살았던 현실적인 운전사가 번쩍 초현실적 의식을 깨운 순간 초월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버스에서는 운전사의 힘이 전지전능하다. 운전사는 신을 포기하고 이 직업을 택한 일은 탁월한 선택인 셈이다. 사람의 정은 신의 힘보다도 깊고 포근하다. 운전사의 꿈이 신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따뜻한 기다림이다. 사람과 사람이 껴안고 펑펑 울지 않아도 그만큼 슬픔과 고독을 쓸어내려주는 조용한 풍경이 아름답다.

그밖에 등에 날개가 달린 가짜천사 이야기 <벽속의 구멍>, 사후 박물관에 전시된 엄마의 아름다운 자궁이 사라진 <엄마의 자궁> 등 중단편 22개를 읽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재미있으니까.

우리나라 소설 김언수의 《캐비닛》과 함께 읽어보면 어떨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게 다 마법이고 자연이란 게 다 마법”이라는 이 작가도 짤막짤막한 초현실 이야기들을 묶어냈다. 둘 다 짧고, 재미있고, 인간을 향해 내미는 따뜻한 손길이 깃들어 있다.  

나오며 돌아본다. 가보지도 못한 그곳이 벌써 그리워지는 것을 보면 케렛에 푹 빠진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