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방 
김이정 지음 / 자음과모음(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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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단편 소설집입니다. 한국 단편을 읽은지가 꽤 오래 되어서 약발이 떨어질 때쯤 되었다 싶어, 한 권 잡아보았습니다. 이번엔 김이정 작가의 작품집에 손을 대봤는데 처음 읽는 작가였습니다. 표제가 된 <그 남자의 방>의 일부 문장을 읽고 마음에 들어 읽게 되었는데요, 역시 괜찮더군요. 좋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총 일곱 편의 작품 중에 좋은 게 그것밖에 없었다는 게 문제였습니다. 나머지는 뭐랄까, 역시, 아이고. 뭐 그런 거였습니다. 여기서 역시 아이고란 김이정 작가의 단편이 유독 형편없었다, 라는 의미가 아니라 우리가 기존에 보아왔던 칙칙한 곰팡내 나는 분위기에 아무 스토리 없는 사념적인 한국 단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그래서 작품 해설을 하는 평론가만 신나게 풍선껌을 달아가며 이것저것 그간 공부한 지식을 주렁주렁 매달아 놓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단편 좀 읽어보신 분들은 무슨 얘기인지 금방 아실 것 같은데 말이죠. 해서 작품 해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뭔 한국인이 한국 소설을 읽으면서 작품 해설까지 봐가매 즐겨야 할 이유도 엄꼬, 꿈보다 해몽이 달나라에 떼제베를 타고 날아다닐 것은 안 봐도 비디오인 바, 그 코너는 그저, 평론가의 소주값을 위해 자리하는 것이지 독자를 위해 있는 글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줄줄 외우면서 공부하니라 애는 쓰셨습니다. 열심히 공부했으면 된 거지, 무얼.

 

      문장이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자면 박완서 선생처럼 느긋하면서도 리듬이 좋은 그런 문장을 구사하시더군요. 이런 경우의 문장은 분명 노력도 하셨겠지만 타고난 능력이 더 많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드미컬하게 굴러가는 문장 타입 말이죠. 정미경 작가나 은희경 작가처럼 리듬감과 순간 재치가 번뜩이는 재주있는 여류작가 타입이랄까요? 그런데 문제는 안정적이지가 않더군요. 종종 어색한 문장을 구사한다던가 그랬는데 마치 퇴고를 덜한 느낌이 드는 아주 소수의 문장들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뭘 그정도까지 거론하냐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사실 단편이란 게 문장 빼면 뭘 볼게 있겠습니까. 거기에 뭐 대단한 서사를 넣을 것도 아니고 말이죠. 단편이 품을 수 있는 내용이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문장을 읽는 맛을 없으면 전혀 볼 이유가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단편 중에서도 엄청나게 재미있는 작품들이 있죠. 그래서 그 작품들을 명작이라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많지 않아요.

      이 작품집 두 번째에 수록된 <그 남자의 방>은 명작까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당연히 문장이 좋고요.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가 있었고 표현이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든 건 구성이었지요. 좋은 구성을 가진 작품이었습니다. 단편이지만, 딱, 떨어진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죠. 단편이 이렇게 딱, 떨어지는 느낌을 주기란 게 쉽지 않아서 더욱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뭐. 그냥 그랬어요. 친구의 애인하고 붕가붕가하고, 일곱 편중에서도 소재가 겹치는데 정말 빈곤한 한국 단편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들이었습니다. 지루하고 어두침침합니다. 그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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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배회자 우먼스 머더 클럽 3 
제임스 패터슨 지음, 이영아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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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패터슨의 우면스 머더 클럽 다섯 번째 녀석입니다. 다섯 번째라고는 해도 범죄스릴러이기 때문에, 제가 누누히 말씀드리듯이 태백산맥 같은 시리즈가 아니랍니다. 각 편마다 각자의 에피소드가 있는 소설입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는 하나도 모자라 세 개나 구겨넣으셨습니다. 책 한 권에 세 가지 이야기라 하니 옴니버스라든가 그게 아니라면 단편인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 둘 다 아니랍니다. 그냥 장편인데 세 가지 이야기가 진행되어요. 참 희한하죠. 게다가 엄청나게 거시적인 반전을 지닌 소설이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일반적인 반전 소설의 경우 그 자가 범인일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자가 범인으로 밝혀지곤하는 건데요, 이 소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 소설은 그 자가 범인일 줄 알았는데 그 자가 정말 범인인 겁니다. 너무 정직하게 딱, 범인이라서 범인이라는 걸 알고나서도 설마, 하는 생각이 드는 범인이라지요.

      세상에.

      범죄 스릴러라는 점을 감안해서 한 번 꼬아 생각하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진정한 농락 반전이 아니랄수 없는 거지요. 딱 찍고, 잡으면 그 아이가 그냥 범인인 겁니다. 맙소사.

 

      우먼스 머더 클럽에 대해서 얘길 드리죠. 글쎄요, 패터슨이 여성 독자를 위해 기획한 소설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네 명의 여주인공이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형식입니다. 저는 이제 비록 두 권 밖에 보지 못했지만 아마도 나머지 작품도 그럴 거라 생각되어지네요. 전편에서는 네 명의 주인공 중 검사보의 역할이었던 여자가 둘아가셨는데 그 자리를 바로 다른 이가 차고 들어왔습니다. 변호사인데 결국 검사보가 되네요. 하긴 뭐, 할리우드에 깔린 게 여배우들 일테니까.

      왠 뜬금없는 할리우드 타령이냐 싶으시겠지만 아주 뜬근없지는 않아요. 패터슨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전형적인 할리우드 범죄 영화 타입이거든요. 소설이지만, 매우 영상적이죠. 이건 참 장점이랄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소설 시리즈는 미드로 만들어졌고요. 그런데 문제는 말이죠. 그 네 명의 캐릭터가 분명하지 않다는 겁니다. 경찰 부서장, 검시관, 기자, 변호사 혹은 검사보. 직업만 다를 뿐 성격이 분명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이겁니다. 왜 그들이 꼭 필요한 가에 대한 적합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거죠. 굳이 없어도 무방할 정도로 그다지 의미있는 배역이 아닙니다. 당연히 좋은 소설이 가지는 캐릭터의 강점이 사라지는 순간이지요. 여성들이 풀어나가는 범죄 수사라는 아이디어는 참 좋았지만, 아직 강력하게 매혹적인 인물은 만들어내지 못한 것 같아요.

 

      당연이 이 소설도 그렇지요. 그런데 이 작품의 문제는 조금 더 심각합니다. 홍보 문구에는 세 개의 플롯이 절묘하게 맛물려 돌아간다는 식으로 표현했던데 정말 그랬다면 이 소설은 진짜 최고였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전혀 다른 이야기일 뿐이었어요. 마치 전혀 다른 단편 세 편을 대충 끼워 맞춰 놓은 느낌이었죠. 저는 끝까지 읽으면서 에이, 설마 그래도 뭔가 연결 고리가 있겠지 그렇게 생각했는데 전혀 그런 거 없더군요. 엄청난 반전의 충격을 먹었습니다. 이렇게 황당하게 따로 노는 사건들을 한 소설에 쓸 수가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죠. 놀랍습니다. 낚시도 이 정도면 거의 지존급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다른 의미에서 엄지를 한껏 치켜올려드리겠습니다.

      연쇄 살인은 동기를 비롯해서 체포되어 범인으로 밝혀지는 그 순간까지 허술하고요, 법정 에피소드는 존 그리샴의 흉내를 좀 내보시려 했으나 쫌 그랬삼, 정도의 수준에 미치지 못했으며, 구성 및 역시 동기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엉터리입니다. 그리고 노잣돈을 시신의 두 눈에 올려놓는 풍습으로 관심을 끌어보려 했던 에피소드는 마치 1박 2일의 섭섭당이 썼다고 해도 믿을 만큼 지구촌 엉성함의 집합체였다고나 할까요? 솔직히 패터슨의 문하생이 쓴 소설이 아닐까 좀 의심되어요. 우리, 그러진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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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 마련의 여왕>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집 마련의 여왕 
김윤영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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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한국 장편 소설이 자주 나오는 편이지요. 아마도 출판사가 정책적으로 한국 장편소설을 힘있게 밀어보려는 의도인 것 같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자, 하지만 그건 그거고 작품은 작품이니까요. 이 소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부동산에 관한 소재를 다룬 소설입니다.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는 작가의 시도와 노력을 높이 사고, 또 추켜 세워주고 싶은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만, 그래도 수준이 미치지 못하는 것까지 모두 좋다고 할 수는 없네요. 그런 건 어차피 더 많은 독자들이 읽고나면 모두가 각자의 판단으로 호오를 결정지을 것이기 때문에 제가 무슨 되도 않는 오지랖을 발동해서 한국 소설의 보다 다양한 소재의 자극을 위해 이 소설은 무조건 강추입니다, 그런 리뷰는 쓰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항상 제가 느낀 그대로의 솔직한 심정을 리뷰로 옮기는데 그 리뷰를 쓸 때의 가장 난감한 경우가 바로 지금과 같은 상황입니다. 책을 읽고 났는데 리뷰에 쓸 말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 것입니다. 어떤 특징이라든가 장점 따위가 하나도 잡히지 않는 것이지요. 해서, 벌떡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마시며 방 안을 한 바퀴 휙 돌아보기도 하고 밤바야아아~하며 마오리족의 전투 구호도 외쳐보지만 확실히 뭘 어떻게 써야할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아요. 좋지 않은 점만 계속해서 되새김질이 되더군요. 그리하여, 저는 리뷰를 미루기로 마음먹고 하루를 묵혔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지금 이 시각 컴퓨터 앞에 앉아 끄적여보려고 해도 어제의 그때와 별 다르지 않네요. 해서 그냥 갈랍니다.

 

      첫 느낌은 이겁니다. 참 허술한 소설이다. 구성, 문장, 고생해서 조사했다는 부동산에 대한 지식까지도 하나도 허술하지 않은 게 없는 작품이었습니다. 작중 그녀가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게된 동기도 허술하고, 그녀가 공부를 해서 공력을 시전하는 단계도 허술하고,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특징도 죄 불투명하고, 이야기의 전개도 허술하고, 경제 시황을 논하는 의견도 균형이 잡혀있지 않고, 정말이지 칭찬할만한 건 부동산을 소재로 생각했다는 그 아이디어 하나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물론 부동산 경매 분야에만 편중이 되어있었고 말이지요. 이렇게 말하니 경매 분야에서만큼은 뭔가 돋보이는 장점이 있었던 것처럼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실은,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감동도 재미도 아무것도 성공하지 못했으니까요. 뭐랄까, 작가 분에게는 참 미안한 얘기이지만 마치 아마추어 소설가의 초고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달까요? 굉장히 고심하고 성의를 들여 썼을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대충대충 쓴 것처럼 그렇게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듬성듬성한 구성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작가는 이 소설의 문학적 완성도를 스스로 논할 순 없지만 다만, 순문학에도 다양한 하이브리드 종이 나왔으면 한다는 조심스런 바람을 전한다고 하셨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 장편 소설에도 그런 바람이 좀 불어주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저도 동감입니다만 이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함량 미달의 작품을 뭔가 새로운 부분이 있다고 해서 하이브리드로 분류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기존의 소설 형식과는 다른, 이를테면 최근 박민규가 시도하고 있는 문단 끊기와 같은 경우는 그런 하이브리드적인 면을 보아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새롭되, 그 새로운 것이 주는 장점이 떠오르니까요. 그러나 이 소설은 새로울 것도 없고 완성된 것도 없었습니다. 뭔가 기존에는 보지 못했던 캐릭터라든가 서사의 방식으로 논할 수 있는 부분과 기존에도 흔히 볼수 있는 캐릭터인데 고등학생들이 작품을 구상할 때 흔히 보이는 그런 느낌의 부족한 캐릭터와 서사 방식인지를 분명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이 작품은 후자에 속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장편이 가져야할 이야기의 힘이 전혀 없었습니다. 어설픈 단편의 집합체라 해도 무방할 만큼 소설의 가운데를 꿰고 있는 한줄기도 없었고요. 그저 여기저기 흩어진 쿠키 부스러기 같은 타입의 이야기들만이 산만하게 늘어져 있을 뿐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장편 소설의 서사라는 부분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연구해보셔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학적 완성도는 차치하고 재미도 없었으니까요. 이 작품만으로 판단하자면 아직 프로로 나서시기엔 시기상조라는게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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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샷 잭 리처 시리즈 9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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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리처가 왔습니다. 제목이 원 샷이라 한 잔 말아드시고 온 건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고요, 여기서의 원 샷은 원 샷 원 킬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말하자면 주드로가 떠오르는 것이지요. 그렇지 않아도 영화 <에너미 엣 더 게이트>에서 나왔던 장면, 총든 이를 따르고 그가 죽으면 그 총을 주워 싸우라는 문구가 이 소설에도 등장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반가운 마음에 그만, 님하 안녕. 그럴 뻔 했지만 하지는 않았습니다. 님하의 정체가 불분명했기 때문에...

      아우, 오늘 컨디션이.

 

      원 샷은 잭 리처 시리즈의 아홉 번째 편입니다. 본토에서는 현재 13편이 나왔고 올해 14편을 예약판매 하고 있더만요. 잘 안다구요? 아, 네. 뭐 제가 리 차일드의 사돈의 팔촌이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요, 형편이 어째 그리 되었습니다. 말하자면 잭 리처의 팬이라고나 할까요? 제 블로그의 최강 캐릭터 열전을 뒤져보시면 나오는 거니까요. 우리나라에서는 랜덤하우스에서 1편과 2편이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낼름, 훌쩍, 뛰어서 9편이 나온 것입니다. 그 사이 애들이 바빠서 그런 건 아니구요, 일종에 까인 건데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이 원 샷이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거든요. 현재 만들고 있는 건지, 만들 예정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파라마운트에서 판권을 획득한 것만은 사실인가봅니다. 그런데 어째 좀 타이밍이 잘 안 맞습니다. 쩝.

 

      자, 제가 아무리 아닌 건 아니라고 얘기하는 슈퍼 디, 오리지날 비토맨이기는 해도 나름대로 잭의 팬이기도 하니까 요걸 아주 긍정적으로 좀 바라보기로 하겠습니다. 생각해보죠. 리 차일드가 잭 리처를 탄생시킨 후 매년 한 편씩 꾸준히 그렇게 14년간을 내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닐 겁니다. 독자와의 약속 이전에 자신과의 약속이 먼저 이루어졌고 어떻게든 그것을 지켜내고 있는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있어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성실성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0년에 한 번 명작을 발표하는 사람보다 1년에 한 번 범작이라도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의 노력을 더 높게 평가하는 편이지요. 해서, 사정이 그러다보면 그중에서 대박 작품도 나오고 범작도 나오고 다소 떨어지는 작품도 나오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견해에서 이 작품은 다소 범작이라 여겨지고요.

 

      물론 견해의 차이는 있을 겁니다. 영화사에서는 9편을 먼저 판권으로 사들였으니 아마 시나리오화 하기에 가장 유용했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일테지만 확실히 그것은 영화일 때 그렇고 소설로 봐서는 데뷔작에 미치지 못하더군요. 말하자면 잭 리처의 가공할만한 액션 스타일이 9편에 이르러서는 조금 특징을 잃은 할리우드 타입의 주인공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말하자면 할런 코벤이 만들어낸 인물이나, 제프리 디버가 전개해나가는 이야기 방식과 좀 더 유사해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작보다 이 작품이 더 재미있다고 평가하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와는 좀 반대적인 생각이 드는 군요. 

      이번 작품은 리처 고유의 북치고 박치는 액션물로써의 스피드와 대찬 기질이 확, 줄어든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앞서 말씀드린대로 디버나 여타의 범죄 스릴러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닮아있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그건 아니라꼬, 저는 학실히 그리 생각합니데이.

      디버나 코벤 횽아의 작품을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각 작가마다 고유의 색깔이, 지켜져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리처는 리처만의 성격이 있는 거였는데 저기 할리우드 애들을 닮으면 곤란하지. 왜냐하면 그런 추리적인 장치 구성을 하니라고 이야기의 전개 속도가 전작에 비해 확실이 눈에 띠게 줄어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시작부터 좀 그랬지요. 전작들처럼 임팩트하게 사건속으로 확 끌어당긴다기보다 이거저거 설명이 좀 많았고 그게 좀 길었어요. 치고 나갈 타이밍이 좀 늦었다는 느낌이 약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잭 리처를 데려와 주세요>

 

      이 지점에서부터 폭발적인 흡인력을 발휘하기 시작하는데 이것이 바로 리 차일드 고유의 아드레날린 분사 방식이었습니다. 그의 데뷔작 <추적자>에서는 그렇게 시작된 흡인이 거의 끝까지 이어졌었죠. 가히 대박이라 할만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아쉽게도 그렇지가 못하더군요. 신나게 주욱 상향곡선을 그리다가 이게, 뭔가 어어, 거리면서 추리적인 요소의 덧을 만드니라 그러신건지 점점 늘어지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 이런 나이 먹은 잭 리처가 생각이 많아진건가? 뭐, 그런 생각이 좀 들었죠. 그래서 리 차일드 고유의 폭발적이고 스피디한 이야기 전개의 맛이 좀 사라졌던 게 아쉬웠습니다. 해서, 전작은 아낌없이 별 다섯을 날렸던 저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는 그리 줄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재미없었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나 문제는 평범했다는 것이지요. 평범이 문제냐고 물으신다면, 네. 그렇습니다. 잭 리처는 평범해선 안되거든요.

      대찬돌이 잭 리처는 우리의 빰빠라밤 히어로로서 계속해서 대차게, 뭔가 행동으로 보여주는 남자이어야 했는데, 여기서의 잭 리처는 자신감만은 그대로이지만 왠지 행동보다는 말만 좀 많아진 느낌이랄지, 괜히 여기저기 쓸데없이 돌아다니기만 한다는 느낌이랄지, 좀 그랬습니다.

      해서 작품 중에 등장하는 그의 디테일들이, -가령 무기에 대한 것이라든가 야구에 대한 것 등- 빠른 전개에 속해있을 때는 치밀함으로 느껴지는 장점이었으나 늘어지는 전개에 속해 있으니 그 또한 단점이 되어버리더군요. 필요 이상의 부연설명같이 느껴진달까요? 확실히 같은 방식이라도 전체의 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장치의 효능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1편 <추적자>가 너무 잘 만든 소설이라 그 벽을 넘기가 쉽지 않은 것일수도 있따꼬, 저는 그리 추측해봅니다.

 



      그러나 저의 경우로 말씀드리자면 우린 또 한 번 인정하면 몇 번의 실망을 안겨준다해도 그대로 인정해주는 바, 시리즈 열 네 편중에 두어 편의 대박만 나와도 열 네 편 모두에게 아낌없는 애정을 농가줄 의향이 있는 것이며 언제나 어디서나 그것은 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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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의 시>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자학의 시 2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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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분명 1권에서의 평점은 별 두 개였으며, 리뷰의 결론적인 소감은 뭥미였습니다. 그랬던 이 녀석이 글쎄, 2권에서는 별 넷까지 올라붙은 것입니다. 아, 글쎄 말이지요.

      그러니까 말하자면 1권에서의 홍보 문구들이 실은 몽땅 2권에 해당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가장 눈물나는 만화라고 평했었는데 1권은 장난하냐? 라는 반응을 보였었지만 2권은 제법 오, 그럴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도 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한 자학의 시라는 제목과도 꽤나 걸맞고 말이죠. 재미 면에서도 1권보다 월등하지만 이 만화가 노렸던 페이데리야키소스면에서도 어느 정도 완성도가 돋보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편집의 실수가 매우 두각을 나타내기도 하지요. 예를 들어 1권 카피중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우리 그이는 무직인 데다 갑자기 화를 내며 식탁을 뒤엎지만 내 배에는 닿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근본은 착한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뭥미스러운 문구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문장이 1권이 아니라 2권에 등장합니다. 더불어 이해가 가는 상황이 연출되지요. 아내가 임신을 한 상태에서 이사오가 밥상을 뒤집어 엎거든요. 해서, 그래도 자기 배는 피해서 밥상을 뒤집어 엎으므로 근본이 착하다, 라고 얘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에또, 이 책의 1권 리뷰를 보지 못하신 분들은 이럴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어쨌든 간에 남편이 밥상을 뒤집는다는 자체가 제정신이야? 라고 말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이 만화는 제정신인 만화가 아니에요. 애초의 컨셉이 그런 것이고 밥상을 뒤집는 부분이 1권의 주요 테마였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 태클을 거시면 곤난합니다.

 

      자, 그렇다면 1권과 2권은 무슨 차이가 있길래 레베루도 달라진 것일까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1권은 앞서 말씀드렸듯 기껏해야 밥상이나 뒤집는 유키에의 결혼 생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2권에서는 유키에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중심입니다. 다소 황당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바로 그 황당한 유키에의 어린 시절을 통해서 자학적인 인생의 아이러니한 유머가 샘솟는다고나 할까요? 정말 최악의 환경에서 성장한 유키에가 성인이 되는 과정과 성인이 되어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통해 진한 감동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뭥미, 까지 곤두박질치지는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2권은 볼만해요. 뻥 아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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